"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물가·환율 한파에 소비심리 '꽁꽁'
생활물가 직격탄...주택가격 전망만 '역주행'
박정수 기자
press@hobbyen.co.kr | 2025-12-24 09:45:44
[HBN뉴스 = 박정수 기자] 장바구니 물가와 치솟는 환율이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지난달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잠시 피어올랐던 경기 낙관론은 한 달 만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이 같은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달보다 2.5포인트나 빠졌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라는 특수한 충격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근 1년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이번 심리 위축의 ‘주범’으로는 체감 물가가 지목된다.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중 현재경기판단지수가 7포인트나 급락했다. 기름값과 식재료비 등 피부에 와닿는 생활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살기 팍팍하다”는 인식이 가계 전반에 확산된 탓이다.
앞날에 대한 불안도 깊어졌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재평가 논란까지 겹치며 향후 경기 전망은 6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수입이나 생활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일제히 꺾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소비지출전망’은 요지부동(110)이라는 점이다. 쓸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꼭 써야만 하는 필수 지출 비용이 늘어난 결과다. 결국 줄일 수 있는 외식이나 문화생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도 ‘집값’에 대한 기대는 되레 높아졌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121을 기록했다.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힘들어지는데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만 커지는 ‘인식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 심리 위축이 내수 부진의 늪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등”이라며 “고물가·고환율 국면에서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지탱해 줄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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