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리니언시' 악용했나
공정위 리니언시에도 구속 못 피해 의문 증폭
3사 모두 공정위에 ‘짬짜미 신고’ 의혹 ‘솔솔’
대한제당만 살아남고 타사는 무너진 과정 의문↑
박하웅 기자
hwpark88@naver.com | 2025-11-20 10:51:28
[HBN뉴스=박하웅 기자] 설탕은 식품산업의 가장 기본 원료다. 설탕 1원 인상은 빵·음료·라면·소스·간식·급식·편의식품 전체 가격을 움직인다. 그런데 바로 이 핵심 원료 가격이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3사의 조율로 움직였다는 정황이 지난 1년간 공정위와 검찰의 교차 수사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담합 혐의 자진신고제도(리니언시)를 3사가 공동으로 축소·조정해 제출했을 가능성, 그리고 그 구조가 무너지며 대한제당만 살아남고 타사는 무너진 과정이라는 이유에서다.
◆ 대표 구속 회사 vs 식품총괄 구속 회사 vs 유일 생존 회사
업계와 HBN뉴스
그런데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9월 17일 검찰이 3사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 발표 전 이례적으로 검찰이 먼저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의 수사 속도는 빨랐다. 전격 압수수색을 한지 한 달만인 10월 16일 CJ제일제당 법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담합 신고·자료 제출을 담당하는 부서를 정조준한 첫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이어 10월 27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실무 및 임원급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3일 후인 10월 30일 전원 기각됐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표자가 아닌 피의자로서는 관여 범위나 책임 정도에 대해 방어권 행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을 두고 법원의 ‘윗선이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이에 검찰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11월 13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최고위층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전 부사장과 최낙현 삼양사 전 대표가 구속됐다. 다만 이상훈 삼양사 부사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 외곽이었던 대한제당은 구속영장 청구조차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각각 최고위층이 구속되는 정반대 운명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 ‘무너진 고리’가 생겼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설탕 담합’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면서 ‘3사 모두 공정위에 같은 내용의 리니언시 자료를 제출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의문으로 ‘3사가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가 동일한 합의본이었는가’라는 점을 지목했다.
취재에 따르면 업계와 법조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설은 3사가 공정위 제출자료를 조정했을 가능성이다. 예컨대 담합 기간 최소화, 가격 조율 횟수 축소, 물량 영향도 낮춰 제출, 회의·연락·지시 정황 삭제, 3사 중 누가 더 많이 참여했는지 불명확하게 정리, ‘시장 동향 공유’ 같은 중립적 표현으로 재작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제출자료 자체가 담합의 확장판이나 또 다른 합의 문서였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리니언시 제도는 자백 제도가 아니라 ‘동일 방어 전략 공유 시스템’으로 변질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무너진 고리’가 생겼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대한제당이 검찰에 먼저 갔다’는 추정에 기인하고 있다.
사실 법조계에서는 대한제당의 움직임에 대해 100% 검찰 리니언시 1순위 패턴과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영장 제외, 소환 비노출, 언론 언급 無, 담당 검사·수사관 패턴이 ‘제보자 보호’와 동일 등이 검찰 리니언시 1순위 패턴과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대한제당이 공정위 리니언시 자료와 다른 ‘실제 자료’를 검찰에 먼저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경우 3사가 공정위에 제출한 짬짜미 자료 구조가 붕괴→검찰이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전격 겨냥→대한제당만 형사 리스크 완전 제거라는 흐름이 가능해진다”며 “이 구조가 성립할 경우 가장 난처해지는 회사는 공정위 제출 자료와 실제 자료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클 수 있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라고 강조했다.
◆ CJ제일제당⸱삼양사 ‘울고’ 대한제당 ‘웃고’
3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표정이 달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대표는 아니지만 식품부문 최고위층이 구속되는 사태와 마주했다. 다만 대표가 아직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김상익 식품한국총괄 전 부사장의 구속은 가격 결정의 실질적 최종 승인 라인에 대한 수사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부사장의 구속은 리니언시 제출자료의 신빙성 문제와 내부 자료 삭제·조율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거나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법무실 압수수색은 이 점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삼양사는 3사 중 유일하게 ‘전 대표’가 구속된 회사다. 이는 검찰이 판단한 담합 지휘 구조가 삼양사 최고위층까지 이어졌다는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역시 ‘공정위 제출 자료의 진정성’과 직결되고 있다.
반면 대한제당의 경우 수사에서 벗어난 유일한 회사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에서는 동일 가해자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형사 리스크만 회피했을 뿐 소비자 피해 책임은 동일하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한제당이 검찰 리니언시 1순위로 ‘살아 남았다’고 해도 담합 참여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설탕 가격 인상 조율, 시장 가격 왜곡 참여, 소비자 피해 공동 원인 제공 등 살아남았다고 해서 적은 책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실 설탕 가격 인상은 설탕 출고가 상승→제과·음료·식품 공장 원가 인상→프랜차이즈·유통업체 납품단가 증가→편의식품·음료·간식 가격 인상→소비자 물가 상승 고착 등의 순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기업은 ‘협조 순서’를 놓고 서로 배신 게임을 한 꼴”이라며 “3사는 공정위 리니언시에 동일한 축소자료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구조에서 이탈한 대한제당이 검찰로 먼저 달려가 리니언시 1순위를 확보,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최고위층 구속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건은 담합 그 자체보다 리니언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또 다른 합의가 더 큰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가해자는 3사 모두였고 피해자는 오로지 소비자였다”고 꼬집었다.
HBN뉴스는 후속 기사에서 ‘제일제당, 리니언시 짬짜미 의혹의 중심...식품부문 최고위층 구속이 말해주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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