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구조 작업 중 1명 사망·6명 매몰
홍세기 기자
seki417@daum.net | 2025-11-07 09:07:46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께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철거 작업 중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9명이 매몰됐으며, 이 중 2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나머지 7명이 잔해 속에 갇혀 소방당국이 구조를 벌이고 있다.
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날 새벽 브리핑을 통해 구조 작업을 진행하던 매몰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김정식 울산 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어제 의식이 있었던 구조 대상자(44)가 구조 도중 심정지에 빠져 오늘 오전 4시 53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인 전날 오후 3시 45분께 구조물과 땅 사이 틈에서 팔 부위가 끼인 채 발견됐다.
소방 구조대원들은 이 매몰자를 구조하기 위해 12차례 이상 직접 접근을 시도했으며, 구급대원이 현장에 진입해 진통제 투여와 보온 조치까지 했지만 결국 숨졌다.
현장 소방 지도의사는 혈전으로 인한 패혈전증, 전해질 이상, 복강·흉부 손상에 따른 내부 출혈 등 3가지를 추정 사인으로 제시했다.
소방당국은 사망자와 함께 발견됐던 또 다른 매몰자 1명도 구조가 매우 어려운 상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매몰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밤사이 손가락 일부로 추정되는 신체가 잔해 속에서 추가 발견됐는데, 소방당국은 "이미 발견됐던 2명과는 다른 인물로 추정된다"면서도 "확정적으로 손가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추정만 하는 단계"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나머지 5명 생사·위치 파악 안 돼
사망자 1명과 사망 추정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생사는 물론 매몰 위치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붕괴 지점은 진입로가 철근 등 구조물 잔해로 막혀 30여m를 파고들어야 해 구조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하게 생존 신호를 보이던 구조 대상자가 사망 판정을 받으면서, 추가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작업을 벌이던 구조대원들은 일단 철수했다.
소방당국은 음향탐지기, 열화상카메라, 내시경 등의 각종 장비와 구조견을 동원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7일 현재까지 소방대원 260여 명을 포함해 유관기관에서 410여 명이 투입돼 밤샘 수색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사고 경위 및 원인
이번 사고는 1981년 준공된 44년 된 노후 보일러 타워의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타워는 2021년 가동이 중단된 후 철거가 결정됐으며, 지난 10월부터 HJ중공업이 원청을 맡고 발파 전문업체인 코리아카코가 하청을 받아 철거 작업을 진행해왔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오는 16일 예정된 발파 철거를 앞두고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취약화 작업은 발파 때 구조물이 쉽게 무너지도록 보일러 타워 25m 높이에서 기둥 등 구조물을 미리 잘라내는 작업이다.
울산화력발전소에는 보일러 타워 4·5·6호기가 약 30m 간격으로 나란히 서 있었는데, 그중 가운데 있던 5호기가 갑자기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매몰된 9명은 모두 코리아카코 소속으로, 정직원 1명과 계약직 형태 8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60대가 5명으로 가장 많고, 50대 1명, 40대 2명, 20대 1명이다.
◆구조 작업의 난항
소방당국은 이미 붕괴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에 서 있는 4·6호기도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이들 시설에 대한 안정화 작업 계획을 유보했다.
김정식 과장은 "소형 크레인 등의 장비를 부설해서 구조물을 안정화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진동의 위험성 때문에 보류했다"며 "구조 전문가들과 논의해 향후 구조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날이 밝아지면서 여러 구조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중장비 투입 등 사고 수습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며, 추가 붕괴 사고를 막기 위해 인접한 구조물에 대한 안전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응 및 수사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사고 수습, 특히 인명 구조에 장비·인력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인명구조에 최우선"을 다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성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으며,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적극 추진해 철저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발전사 등 유사 작업 현장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한편, 울산화력발전소는 1980년 준공 후 41년간 운영되다 2022년 2월 퇴역한 국내 최대 중유발전소였다. 동서발전은 기력 4·5·6호기를 해체한 후 기존 부지에 친환경 전력 공급을 위한 1000㎿ 규모의 한국형 복합발전소와 400㎿ 규모 수소 혼소 복합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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