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이상 고액예금, 800조원 육박…기업 여유자금 고금리로 쏠려
자금경색에 투자기회 못 찾은 기업자금 은행에 몰려
송현섭
21cshs@naver.com | 2023-05-15 10:15:23
[하비엔뉴스 = 송현섭 기자] 자금 경색에 투자기회를 못 찾은 기업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면서 잔액 10억원 넘는 고액예금이 지난해 말 기준 795조3480억원에 달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기예금·정기적금·기업자유예금·저축예금 등 은행의 저축성예금 가운데 잔액 10억원 초과 계좌의 예금 총액은 796조348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인 2021년 말보다 3.5%(26조626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6월 말 787조9150억원보다 1.1%(8조433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10억원 초과 고액예금 계좌는 2021년 6월 말 8만4000개에서 2021년 말 8만9000개, 지난해 6월 말 9만4000개, 지난해 말 9만5000개롷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예금별로는 지난해 정기예금이 564조54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는 2021년 말 509조8150억원에 비해 1년새 10.7%(54조7310억원) 급증한 것이다.
기업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850억원에서 219조8900억원으로 6.3%(14조8950억원) 줄었고, 저축예금 역시 24조4480억원에서 11조5250억원으로 52.9%(12조9230억원) 급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과 기업이 금리 인상기였던 지난해 낮은 이자율의 저축예금·기업자유예금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에 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고액예금 증가율은 지난 2017년 말 7.2%에서 2018년 말 13.3%, 2019년 말 9.2%, 2020년 말 9.4%로 하락하다가 2021년 말 13.8%로 치솟았고 지난해 말 3.5%로 둔화됐다.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고액예금 증가율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 경색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오르자 기업이 일부 예금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기업대출금리가 지난해 1분기 3.35%에서 2분기 3.63%, 3분기 4.41%로 오르고 연말에는 5.5%까지 급등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들어 기업 자금시장의 경색이 완화되고 대출금리도 하향세를 찾고 있어 기업이 보유한 고액예금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 둔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기회를 못 찾은 기업들이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관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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