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공시 누락·선정성 논란...'신뢰 리스크'가 주가 눌렀나

K뷰티 호황 속 멈춘 주가, 아모레퍼시픽의 딜레마
내수 침체·브랜드 리스크·지배구조 불안이 작용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11-04 10:25:54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올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배 급증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주가의 상승 탄력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배경에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불안, 즉 공시 누락과 브랜드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8월 서경배 회장과의 RSU(양도제한조건부 주식) 지급 약정 사실을 뒤늦게 정정 공시했다.

당초 누락됐던 내용은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8468주,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5020주 지급 약정이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진=아모레퍼시픽]
회사는 “서 회장이 자발적으로 RSU를 취소했다”고 해명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 의무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과태료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결과보다 그 과정의 투명성과 일관성에 주목한다. 공시 누락이 단순한 행정 착오로 해명되더라도, 지배구조 전반의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니스프리는 한때 실적을 갉아먹는 ‘계륵’으로 불렸지만, 최근 들어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2016년 1,965억 원을 기록했던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2018년에는 800억 원대까지 줄었고, 2020년에는 7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1년에는 적자(-10억 원)로 돌아섰지만, 이듬해 324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2023년 다시 16억 원으로 후퇴하며 반등세가 꺾였다. 다만 올해 들어 1분기와 2분기 모두 각각 130%대, 80%대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광고 논란이었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상반기 출시한 ‘그린티 세라마이드 밀크 에센스’ 광고에서 모델이 흰색 제형의 제품을 얼굴에 붓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일부 소비자들이 이를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회사는 즉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K뷰티 시장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행보는 다소 주춤하는 형국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부진과 면세 채널 회복 지연, 중국 시장의 회복 지체, 그리고 북미 지역의 경쟁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자회사 코스알엑스의 매출 둔화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NS 중심의 글로벌 뷰티 시장이 콘텐츠·인플루언서 협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디지털 전략과 브랜드 대응력이 여전히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배 늘었지만, 3분기 들어 주가는 12만 원 초반대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종가기준 지난달 28일 12만3600원에서 지난달 31일 12만900원으로 2.2% 하락했다. 4일 오전 기준으로도 12만 700~1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흥국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을 1조323억 원, 영업이익을 840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시장 예상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내수 부진과 면세 채널 회복 지연, 중국 시장 침체, 북미 경쟁 심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회사 코스알엑스의 매출 둔화까지 겹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K뷰티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정체된 것은 공시 신뢰 논란과 브랜드 리스크 등 비재무적 요인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