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PEC 의장 불러세운 국감, '과시'인가 '감시'인가

국가대표 일정과 맞물린 증인 출석 요구, 외교 결례
다른 총수들 제외하고 유독 SK만 남겨, 정치쇼 논란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10-20 10:58:57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국정감사 풍경이 달라졌다? 여야가 “경제 회복 국면에서 기업 소환을 줄이자”고 했지만, 막상 시작되자 형평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PEC 행서 관련 참석을 해야 하는 28일에 국감 출석을 요구받으며 “총수 네임밸류를 이용한 정치 쇼”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 증인 철회로 협력업체 삼영의 도산 사태는 다뤄지지 않으면서, 기업 책임을 따지는 기준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감의 최대 논란은 정무위원회의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증인 소환이다. 문제는 출석일이 오는 10월 28일, APEC CEO 서밋 의장으로서 국가 대표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날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이다.

정무위는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의혹을 이유로 “국감 출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국가적 외교무대를 포기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글로벌 기업인들과 회의를 주관하는 자리를 국감 일정과 맞부딪히게 한 건 상식 밖”이라며, “국회가 ‘기업인 네임밸류’를 이용해 TV 카메라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 다른 대기업 총수·CEO들은 줄줄이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APEC CEO 서밋 의장으로서 한미무역협상 등 국가적 현안을 풀어줘야할 최 회장만 남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게다가 이 행사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내각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중요 인사들이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국감의 본질은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견제”라며 “총수 이름값으로 언론 노출만 노리는 증인 채택은 국감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기업 현안을 따질 실무진이 있음에도 굳이 총수를 불러내는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정치적 노출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서울우유 문진섭 조합장의 증인 채택을 막판에 철회했다. 문 조합장은 서울우유의 대표자로서 40년 협력사였던 우유팩 납품업체 ‘삼영’의 인수 결정을 뒤집어 회사가 도산하고 40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서울우유는 2021년 11월 삼영 카톤팩 사업부 인수의향서를 전달했고, 2022년에는 인수 예산이 이사회와 대의원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삼영은 인수의향서의 '경쟁 거래 금지' 조항을 지키기 위해 다른 거래처와의 계약을 끊었다. 하지만 2023년 9월 임시대의원회에서 인수 안건이 부결됐다. 삼영은 결국 매출이 반토막 나고 누적 손실이 35억 원에 달했다. 인수 무산 후 구미 공장은 농심에 매각됐고, 40여 명의 노동자가 고용 승계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삼영은 “서울우유가 인수를 약속하고 협상을 끌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은 서울우유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우유는 “내부 의사결정 절차상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국회가 거대 협동조합의 도덕적 책임을 추궁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하도급법 위반 여부로 조사 중인 만큼, 국감에서 상생 책임을 묻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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