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선 확대에도…제주항공 실적 정상화 '안갯속'

무안공항 사고 여파, 매출 22%↓· 영업적자 8배↑
저가 운임 전략에도 브랜드 신뢰 회복까지 먼 길
중국발 수요 회복이 반등 카드, 치열한 생존 경쟁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07-28 10:37:57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대표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 여파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비수기 수요 감소와 저가 운임 전략이 겹치며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25년 2분기에 매출 3482억 원, 영업손실 434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의 실적 악화에 대해 사고 이후 운항 편수 축소, 소비자 신뢰 회복 난항, 과도한 운임 인하 등을 동시에 지목한다.

제주항공은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운항 편수를 크게 줄였으며,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국내선 운임을 17.1%, 국제선은 5.3%까지 낮췄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단기적인 수요 유입에는 일부 효과가 있었지만,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는 평가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항공 사고 이후 감편 운항과 운임 할인, 항공화물 사업 관련 손익 불안정성 확대로 실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했다.

항공 수요는 객관적 지표보다 ‘심리적 안전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다시 ‘안전한 항공사’로 소비자에게 각인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항공권 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 이탈이 멈췄다”며 “사고 영향에서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1년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성수기 효과와 항공기 추가 도입 등을 통해 운항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이은 적자에 따른 재무 부담과 브랜드 리빌딩 과제, 시장 내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중국발 여객 수요 회복이 제주항공의 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의 ‘마지막 카드’로 주목한다.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가는 “제주항공의 수익성 회복은 중국 노선에 달려 있다”며 “김포–가오슝, 인천–웨이하이, 제주–시안 등 신규 또는 증편 노선을 통해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중 노선 여객 수는 780만 명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24.4% 증가했다. 이는 전체 국제선 증가율(7.1%)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방중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한국 정부도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방한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대만 가오슝 노선의 주간 운항 횟수를 늘리고, 중국 내 중·소도시 중심으로 노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안 노선은 제주도 내 중국 개별 관광객 유치와 연계돼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맞물리는 전략적 라인으로 평가된다.

제주항공 측은 “여객 수요는 점차 회복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추석 연휴, 연말 항공 수요 증가에 맞춰 실적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건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앞다퉈 증편에 나서면서, 중국 노선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부터 중소 LCC까지 모두 중국 노선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반등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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