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팔수록 손해?...도로공사 유류 조달계약 단가 논란
신세계오일 "최고가격제 이후 납품단가가 실제 매입가 밑돌아"
도로공사, 계약조건 변경 요구 관련 감사원 사전컨설팅 요청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9-07 10:39:54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도로공사와 유류 조달계약을 맺은 납품업체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계약상 납품단가가 실제 매입가격을 밑돌면서 기름을 공급할수록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로공사가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요청하면서 공공기관 계약에서 급격한 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을 어느 쪽이 부담해야 하는지가 화두로 떠오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경유 납품 조달계약에 참여한 신세계오일은 현행 단가 산정 방식으로 구조적인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계약조건 조정을 요구 중이다.
업체 측이 밝힌 계약 구조에 따르면 경유 납품단가는 ‘전국 오피넷 평균가격×낙찰요율’로 정해진다. 신세계오일의 낙찰요율은 약 94.78%다. 오피넷에 집계되는 전국 평균가격에 입찰 당시 정해진 낙찰요율을 적용해 도로공사에 공급하는 가격이 산출되는 방식이다.
올해 들어 유류시장 환경도 달라졌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3월 13일부터 정유사의 주유소·대리점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신세계오일 측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계약 산식에 따른 납품단가가 실제 매입단가를 밑도는 구간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신세계오일은 실제 매입가격을 반영해 계약단가를 조정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업체 측은 도로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손실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안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의 갑질 근절을 위한 제도개혁 간담회’에서도 불공정 계약 사례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이 마련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비용 전가와 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로공사는 유류 납품업체의 계약조건 변경 요구와 관련해 내부 법률자문을 받은 데 이어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계약 변경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개로 도로공사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불거진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정산 분쟁에서는 민간 운영사업자들의 정유사 상대 소송 제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분쟁은 국제석유제품가격(MOPS) 월평균을 기준으로 사후 정산하는 계약으로, 오피넷 평균가격과 낙찰요율을 적용하는 신세계오일 납품계약과는 구조가 다르다.
쟁점은 입찰 당시 확정한 낙찰요율 자체보다 계약기간 중 있었던 예외적인 정책 변화가 기존 계약조건을 조정할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도로공사의 감사원 사전컨설팅 요청도 이 같은 계약 변경 가능성과 관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모범거래모델 도입·이행’을 반영해 2023년도 평가까지 유지했다. 간담회 주최 측은 해당 지표가 운영되던 기간에도 공공기관과 중소 협력업체 사이의 불공정 거래 문제가 이어졌다며 정책 변경에 따른 손실보전 근거를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하고 경영평가에 불공정 거래 방지 노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감사원의 사전컨설팅 결과는 신세계오일과 도로공사 간 계약 조정 여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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