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본업 패션 축소와 조정 속 흔들리는 정체성 속사정
패션 정체·조직 축소, 성장 둔화
반대로 커지는 식품...LF의 방향은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11-19 12:47:11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패션 시장 강자인 LF가 최근 패션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가 표방하는 ‘라이프스타일 그룹’ 전략과는 별개로, 주요 사업부문 실적 변화가 기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패션업계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LF의 실적 하락폭과 구성 변화가 두드러진다. LF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7.1%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70.1% 줄었다. 다만 패션부문 영업이익은 79.2% 증가했는데, 올해 1분기 기준 패션부문 지표(상품+제품 합계) 매출액은 37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이는 비용 절감 영향이 크며 매출 측면에서는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몇 년간 LF는 패션부문에서 인력 감축 및 조직 통합을 반복했다. 지난해 말에는 일부 팀장급 직책 조정과 중복 인력 정리가 이뤄졌으며, 전체 패션부문 정규직은 1년 새 90명 감소해 848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판관비와 매출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일부 비용 구조를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단기적인 조정 효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재출시한 ‘티피코시’가 1년 만에 사업 중단됐고, ‘랜덤골프클럽’, ‘스탠다이얼’, ‘오피신 제네럴’ 등이 잇따라 철수했다. 4년간 운영해오던 ‘챔피온’ 판권도 무신사로 넘어가면서 브랜드 라인업 재편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3년간 LF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에 가깝고, 순이익도 줄어들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1조2719억원에서 2023년 1조2726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뒤, 2024년에는 1조2053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558억원에서 823억원, 776억원으로 줄며 3년 평균 약 30%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 정체, 온라인 유통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 매출 약화, 브랜드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성장보다는 유지에 가까운 흐름이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은 온라인 플랫폼 성장과 신규 브랜드 확산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LF는 대응 전략으로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디자인·가상 피팅 등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와, 인도 등 해외 수출·물류 확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인도 현지 기업과 ‘헤지스’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인도 내 매장 확대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단기적으로 실적 회복을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며, 국내 시장 정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식품·유통 부문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LF푸드와 구르메F&B 매출은 2022년부터 매년 증가해 올해 3분기 기준 이미 1193억 원(매출 비중 17.6%)을 기록했다. 패션과 달리 꾸준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그룹 내 주요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거 패션이 식품을 끌어주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식품·유통이 그룹의 추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LF의 브랜드 정체성과의 간극을 남긴다. 소비자 인식과 공식적인 기업 이미지 모두 여전히 ‘패션 기업 LF’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F가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라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실적 구조를 보면 사업의 무게중심이 점차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라기보다 내부적으로 정체성과 전략, 조직 재배분 등을 다시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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