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비리 논란에 임원 절반 교체·퇴직자 재취업 제한 등 '뼈 깎는 개혁' 단행

홍세기 기자

seki417@daum.net | 2025-11-13 13:24:05

[HBN뉴스 = 홍세기 기자] 각종 의혹과 계열사 비리 논란이 잇따르는 농협중앙회가 조직 전반을 손질하는 고강도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12일 '범농협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책임경영과 청렴농협을 위한 3대 개혁 전략을 발표하며 조직 쇄신에 나선다.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 임원 절반 이상 교체, 퇴직자 재취업 원칙적 제한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다. 농협은 중앙회와 전 계열사 대표이사, 전무이사 등 상근 임원과 집행간부의 절반 이상을 오는 12월 정기 인사부터 교체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농협유통·NH농협은행 등 33개 계열사의 임원 10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물갈이 대상이다.​

경영 성과가 부진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임원을 대폭 교체하고, 내부 승진과 외부 전문가 영입을 병행해 신규 임원을 선임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퇴직 후 경력 단절자에 대한 재취업은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농협 관계자는 "전문성 때문에 특정 퇴직자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퇴직자를 임원으로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 지배구조 혁신과 책임경영 강화

농협은 대표이사에게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되,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중대한 비위 행위 발생 시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불공정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도 함께 내놨다.​

지역 농축협의 횡령 등 부정부패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한 농축협에 대해서는 중앙회의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엄격한 비용 집행 가이드라인과 위반 시 제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선거관리기구와 신고센터를 즉시 운영하고, 적발 시 신속히 조사에 나선다. 반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지역 농축협에는 중앙회가 예산과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 포용금융 108조원 투입, 농촌 소멸 방지 3조6000억원 지원

농협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이 되기 위한 공익적 역할 강화를 추진한다. 농업인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해 신용 회복을 돕고, 혁신 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생산적·포용금융'에 향후 5년간 108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농촌 소멸 방지를 위해 3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농심천심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도 함께 밝혔다.​

◆ 금품수수 의혹이 개혁 배경

농협이 이처럼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강호동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15일 강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용역업체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농협중앙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강 회장이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유통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강 회장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NH농협생명이 20억원 규모의 판촉용 핸드크림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직원 가족이 운영하는 피부숍에 하청을 주고, 실제 납품 물량이 절반에 그친 데다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한 사건도 있었다.​

국정감사에서는 강 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들의 '낙하산 인사'가 도마 위에 올랐고, 최근 5년간 지역 농축협에서 255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해 545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 자체 감사로 적발된 사례는 130건(51%)에 그쳐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 '범농협 혁신TF' 즉시 가동

농협은 이번 개혁 과제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주요 부서장이 참여하는 '범농협 혁신TF'를 발족해 즉시 운영한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개혁 추진 계획은 과거의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며 "조직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회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농협, 농업인에게 힘이 되는 농협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혁안은 ▲신뢰받는 농협중앙회 ▲깨끗하고 청렴한 농축협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등 3대 추진 전략을 중심으로 '중앙회 지배구조 혁신', '지역 농축협 부정부패 제로화', '농업인 부채 탕감' 등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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