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바닷물, 뒤에선 흙탕물 덮쳐"...거제 둔덕면 수해 현장을 가다

복개천 역류·해수 유입 겹쳐 쑥대밭…긴급 대피와 침수로 일상 마비
카페 집기 침수, 인공호흡기 환자 가족은 긴박했던 정전 탈출 회상
희망브리지, 거제·통영 구호 총력…물품·세탁차량 지원에 수해 모금도

한주연 기자

dlarkdmf15@naver.com | 2026-08-21 13:44:01

[HBN뉴스 = 한주연 기자] 광복절 연휴 거제에 쏟아진 극한호우로 도심과 하천 주변 곳곳이 침수되고, 차량 피해까지 잇따르면서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큰 타격을 입었다. HBN뉴스 취재진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수해 복구 지원 현장에 동행해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일대의 피해 상황과 주민들의 목소리, 긴급 구호 활동을 직접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수해 현장에서 굴착기가 침수 피해로 거리 곳곳에 쌓인 가재도구와 폐기물을 치우며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HBN뉴스]

20일 오후 찾은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바닷가 마을. 지난 17일 새벽 시간당 12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곳은 마을 앞 복개천이 범람하고 바닷물까지 밀려들면서 마을 전체가 거대한 흙탕물에 잠겼던 상흔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뒤편 산자락에서 쏟아져 내린 빗물과 하천 역류가 겹치며 순식간에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던 현장에는 주민들이 밖으로 꺼내놓은 가재도구와 진흙투성이 쓰레기더미가 길게 줄을 이었다.


마을 안쪽 고즈넉한 한옥을 개조해 지역 명소로 꼽히던 디저트 카페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카페 내부에는 발목까지 차오른 흙탕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짙은 흙먼지와 진흙이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다. 

  경남 거제시 둔덕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카페 사장님이 카페 앞 토사를 치우고 있다. [사진=HBN뉴스]
카페 사장님은 흙투성이가 된 작업대와 집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선물 포장용 보자기를 비롯해 원두와 부재료를 가득 사두었는데 물에 완전히 잠겨 전부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가의 커피 머신 등 모든 집기가 침수돼 최소 한 달 이상은 문을 열지 못할 것 같다. 막막하다는 말로는 지금 심정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라고 털어놨다.

생사의 기로에 섰던 긴박한 순간도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한 가정에서 만난 주민 박혜경 씨(44)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던 고령의 어머니를 구출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박 씨는 “집 안으로 물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와중에 정전까지 발생해 기계가 멈출 위기였다”라며 “119에 신고했지만 진입로가 침수돼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인공호흡기 비상 배터리가 30분 남짓 남아 있던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어머니가 병원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집이 완전히 침수돼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언제 모셔올 수 있을지 막막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침수와 정전으로 일상이 멈춘 마을 한편에서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구호물품을 나르고 세탁구호차량을 가동하며 주민들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가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리 수해 현장에서 침수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와 폐기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HBN뉴스]
이날 기준 희망브리지는 함양·파주 재해구호물류센터와 협력 유통망(BGF로지스·롯데마트·이마트24 등)을 통해 대피소 쉼터 200동과 바닥매트 200점, 응급구호세트 336세트, 생수 및 음료 3만8150병, 식음료 8432점, 자원봉사자 키트 1200세트 등 모두 4만8518점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거제소방서에도 소방관 출동키트 625세트와 현장 지원 물품을 공급했다.

세탁조차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지원도 시작됐다. 희망브리지는 5.5톤 세탁구호차량을 피해 지역에 투입해 진흙에 젖은 세탁물을 세탁하고 건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훈 총장은 HBN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순간에 일상을 빼앗기고 막막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이재민들의 마음은 깊게 멍들어 있다”며 “상처 입은 이웃들이 용기를 내어 삶의 터전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나눔의 손길을 더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수해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는 희망브리지 공식 누리집,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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