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테슬라에 22.8조 규모 반도체 계약...파운드리 반전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삼성전자, 장중 5% 이상 상승
머스크 "AI6 전담은 삼성"...공급 넘어선 전략 동맹 시사
"AMD·구글·아마존도 주목"...'탈중·친미' 공급망 재편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07-28 14:32:20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가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 테슬라와 총 22조7647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2033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장기 공급계약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상 최대 규모로,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재정의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8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대규모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라고 밝혔지만,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직접 해당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머스크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를 통해 “삼성의 새로운 텍사스 대규모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직접 생산 진척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테슬라의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돕기로 했다”고 덧붙이며, 이번 계약이 단순한 공급을 넘어 양사 간 전략적 협력 관계임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300조8709억원)의 7.6%에 달하는 규모로, 삼성전자가 체결한 단일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 공급계약은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자율주행 등 첨단 IT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체결된 것으로, 파운드리 업계에서의 삼성전자 입지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성능 고도화를 위해 ‘FSD(Full Self Driving)’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차세대 AI 칩 ‘AI6’에 대한 양산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생산 역량을 본격 가동하게 됐다. 특히 GAA(Gate-All-Around) 구조의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테슬라의 고성능·저전력 요구를 만족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주가도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후 1시 50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1% 오른 6만960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2% 안팎 상승에 그쳤던 주가는 테슬라 계약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또한 이번 계약은 AI 및 전장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국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탈중국·친미국’ 공급망 전략과 방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이번 계약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AMD·구글·아마존 등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에 눈길을 돌릴지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TSMC에 집중됐던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이 삼성 쪽으로 분산되기 시작한 상징적 계약”이라며 “삼성이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력으로 주요 고객사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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