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괴에도 관세폭탄…반도체 등 첨단산업계 비상

반도체부터 항공까지…한국 수출산업 직격탄 맞나?
고기능 금 소재 단가 상승 시, 최종 납품가 상승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08-08 15:27:03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미국 정부가 금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귀금속 유통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 귀금속 가공 산업을 넘어, 산업용 금 소재를 사용하는 첨단 제조업 전반에 비상등을 켜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지난달 31일자 통관 결정서를 확인한 결과 1kg 금괴와 100온스(약 3.1㎏) 금괴가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보도했다. 

 

  금괴. [사진=연합뉴스]

 


이번 미국의 조치로 인해 금괴의 글로벌 유통 흐름, 특히 스위스에서 정제된 금괴가 미국을 경유하거나 미국산으로 분류돼 아시아로 재수출되는 루트에 큰 제약이 생길 전망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실물 금의 대부분은 스위스에서 정제된 뒤, 아시아 유통망을 거쳐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거래 가격은 미국 상품거래소(COMEX)의 금괴 시세에 영향을 받아왔다.

자칫 미국 내 금 수급이 제한되면, 글로벌 금 유통 가격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아시아 지역의 금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제조국들은 정밀전자, 반도체, 의료기기, 항공우주 산업에서 금을 핵심 소재로 활용하고 있어, 이번 조치는 금 기반 소재 기업들의 조달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은 대표적인 귀금속이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고전도성·내식성·내열성 등 뛰어난 물성을 활용한 고기능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금 와이어, 스마트폰·노트북 회로 기판의 금도금, 의료기기 전극, 우주항공용 부품 도금, 센서 및 정밀기계의 접점소재 등 산업용 금 소재는 공급 불안정 시 파급 효과가 크고 대체가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 와이어는 TSMC·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공정의 고내열 접합재료로 사용되며, 금 전극은 MRI, CT 등의 의료장비, 국방·항공의 RF부품에 필수적이다.

한국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을 수출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어, 원자재 조달의 안정성 여부가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단순히 금값의 상승 문제가 아니라 금이 사라지면 기술도 사라지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기능 금 소재의 특성상 원가가 5~10%만 상승해도 최종 납품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배로 커질 수 있다”며 “글로벌 수주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소재 단가의 불안정성은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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