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글 1대 5천 축척 지도 국외 반출 조건부 허가
보안 조건 전제로 의결, 잠재적 안보 위험은
국내 플랫폼 기업 역차별 논란도 부각될 듯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2-27 15:02:18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두 차례 불허됐던 사안이 이번에는 제한적 허용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산업·정책적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경기도 수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1대 5천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가하기로 심의·의결했다. 협의체는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은 1대 2만5천 축척보다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1대 5천 지도는 실제 거리 50미터를 지도상 1센티미터로 표현하는 수준의 고정밀 데이터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으나, 당시 정부는 분단 상황에 따른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 구글은 군사시설 등 민감 지역을 비식별 처리하고 교통 정보를 포함한 이른바 ‘내비게이션 지도’ 형태로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술적 보안 조치를 조건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고정밀 지도 반출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감 시설이 가림 처리되더라도 도로망 구조, 지형 정보, 건물 형상 등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잠재적 안보 위험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기술적 필터링과 보안 관리 체계를 통해 위험을 상당 통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공간정보 업계에서는 산업적 영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도 API 가격 정책 변화나 플랫폼 의존도 확대 가능성이 중소 공간정보 기업과 관련 서비스 사업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글로벌 플랫폼의 지도 서비스 이용료 인상 사례도 업계에서 언급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규제 형평성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과 관련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주요 조건으로 제시해 왔으나, 구글은 글로벌 분산 데이터센터 체계를 유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서버 운영 및 관련 규제를 준수해 온 만큼, 조건 적용 방식에 따라 국내외 기업 간 경쟁 환경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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