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몰수제 통과·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검찰 ‘노태우 비자금’ 뒤늦은 강제수사 성과 낼까
법정공방서 불거진 300억 비자금 의혹 역추적
당사자 사망·금융실명제 이전 자료 입증 등 한계
장익창 기자
sanbada09@naver.com | 2026-08-21 15:49:35
[HBN뉴스 = 장익창 기자]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쟁점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을 두고 첫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21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해 미망인 김옥숙 여사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아들 노재헌 주중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노태우센터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21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9년간 이어진 이혼 소송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14일 대법원에 재상고를 진행한 상태다. 한편,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불법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한 '독립몰수제'(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오는 10월 해체를 앞둔 검찰이 이 시점에 강제수사에 나선 점을 두고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24년 5·18기념재단 등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및 조세 포탈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노 관장 측은 2023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모친 김 여사가 보관해 온 1991년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과 '선경(현 SK그룹) 300억' 메모를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5·18기념재단은 "노 관장이 부정축재한 은닉 재산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했다"라며 "김 여사가 불법 비자금 152억 원을 아들의 공익법인에 기부해 불법 증여한 사실도 드러났다"라고 주장하며 검찰 고발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노 대사의 공익법인에 자금을 출연한 시점부터 자금 흐름을 역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뇌물인지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는 한편, 범죄수익 은닉 정황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 여건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자금 전달 시점으로 거론되는 1991년 당시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또한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의 자료까지 확보해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검찰에게 큰 부담이다. 여기에 1935년생으로 고령인 김옥숙 여사를 상대로 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중국 현지에 근무 중인 노재헌 주중대사에 대한 조사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태우 비자금'의 존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처음 드러났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 원을 전달하는 대가로 최종현 당시 회장에게서 선경건설 명의의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와 선경그룹 경영 활동에 쓰인 만큼, SK그룹의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기여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 실제로 비자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앞서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2024년 5월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으로 유입됐다고 인정하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 자금인 만큼, SK에 유입되었다 하더라도 재산 분할 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대법원 판단에 따라 해당 300억 원을 노 관장의 기여분에서 제외했다.
한편 국회는 20일 본회의에서 당사자 사망 시에도 불법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통과시켰으며, 이를 통해 전직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환수하겠다는 입법 명분을 세웠다.
그러나 여러 수사상 제약으로 인해 비자금 실체 입증과 실제 국고 환수가 어느 정도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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