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필수 '브롬·헬륨', 이스라엘·카타르 리스크에 비상

카타르 헬륨 생산기지 파괴 이어 이스라엘과 외교 마찰
촘촘한 생태계, 일부만 흔들려도 전반에 영향...대책 시급

박정수 기자

press@hobbyen.co.kr | 2026-04-14 16:46:51

반도체 산업의 핵심 원재료로 꼽히는 브롬과 헬륨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장기화로 접어 든 중동 리스크에 외교 분쟁 등 복합적인 상황까지 맞물리며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메모리 호황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견인으로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이 월간 400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발생한 일이다. 

 

  반도체 생산 공장. [사진=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의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산업 공급망 핵심 품목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액화 브롬 수입 중 97.5%가 이스라엘산이다. 전 세계 브롬 생산 비중도 이스라엘(46.5%), 요르단(25.6%), 중국(20.9%) 순으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비중이 70%를 넘는다. 공급선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다른 라인으로 갈아타는 식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롬은 난연제·의약품은 물론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다. 일부 산업에서는 염소·요오드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반도체 공정에서의 대체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으로 꼽힌다. 특히 브롬화수소의 경우 식각 공정 등에 쓰이는 핵심 화학 원료인데 한국의 브롬화수소 주 수입국은 일본이지만 일본의 액화 브롬 최대 수입국 역시 이스라엘(72.5%)로 파악됐다. 무역협회는 "국내 SK레조낙·솔머티리얼즈 등이 브롬화수소를 직접 생산하고 있지만 원료 공급이 이스라엘에 집중되고 일본을 통한 중간재 조달도 중동 리스크와 연동돼 수급 안정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히는 헬륨 수급도 녹록지 않다.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최대 헬륨 산업단지가 가동을 멈춰 선 상태다. 한국의 카타르산 헬륨 수입 의존도는 64.7%에 달한다. 글로벌 생산 자체가 미국(42.6%)·카타르(33.2%)·러시아(9.5%) 등 소수에 편중돼 있어 대체 수입처 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헬륨은 영하 269도의 특수 운송 인프라가 필요해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다른 원자재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일부 라인에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을 적용해 단기적으로 상황을 완충할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리스크로 공급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카타르의 생산시설 파괴, 며칠 사이 한국 정부와 이스라엘 간 때 아닌 외교 갈등까지 겹치며 조달 리스크가 한층 복잡해졌다"며"반도체 업종은 생산과 관련 생태계가 촘촘하게 맞물려 있어 핵심 원재료 몇 개만 흔들려도 생산성과 수율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역협회는 브롬·헬륨을 포함해 중동 의존도, 대체 가능성, 국내 산업 영향도, 공정 중단 위험도 등 4개 기준으로 원유·LNG·나프타·LPG·알루미늄·암모니아까지 8대 핵심 영향 품목을 선정했다. 

 

이번 사태가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맞물린 구조적 공급 충격인 만큼 단순 수입선 다변화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중동발 충격은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결합한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단순 다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불가항력적 상황에서는 계약보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만큼, 장기계약 중심에서 실물 확보형 조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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