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안전·무해 광고 ‘애경’ 등 3개사 고발
박정수 기자
press@hobbyen.co.kr | 2022-10-26 18:16:21
[하비엔=박정수 기자] 애경산업 등 3개사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전원회의를 통해 애경산업과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3개사가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10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애경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1명,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인터넷 신문기사 3건을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해 지난달 29일 위헌으로 결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확인 결정에 따라 뒤늦게 사건을 재조사해 해당 업체에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상호 협의 하에 CMIT/MIT 성분을 함유한 해당 제품을 개발하고, 각자의 상표(제품명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 중 ‘홈크닉’은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상표권 보유)를 제품명에 반영해 2002년 10월 솔잎향과 2005년 9월 라벤더향 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애경은 2002년 10월과 2005년 10월 신제품에 대해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애경과 SK케미칼은 지난 2002년 10월께부터 문제의 제품을 애경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2011년 8월31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습기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 권고)에 따라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해 9월4일께부터 제품 수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경의 제품 수거는 수거가 용이한 직거래처 위주로 진행됐고, 그나마도 2011년과 2012년에 수거가 집중적으로 이뤄져 전국의 소매점에서 장기간 판매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은 2013년 4월2일 소비자에게 판매된 내역이 있고, 2013년 2247개, 2014년 486개, 2015년 489개, 2016년 39개가 시중에 유통돼 애경이 수거한 사실이 있다. 또 2017년 3월24일 소매점에 제품이 진열돼 수거됐고, 2017년 10월31일에도 구매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들 제품은 인체 무해성·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애경과 SK케미칼이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과거 유공(1997년 에스케이로 사명 변경) ‘가습기메이트’ 출시 당시 안전성의 근거로 주장된 서울대 실험보고서에서도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해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됐다.
또 영국의 흡입 독성시험 전문기관인 Huntingdon Life Science에서 가습기메이트에 함유된 원료물질이 저독성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자료 역시 확인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의 경우 자사가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흡입·섭취 시 ‘피부점막 및 체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독성에 관한 정보 항목 중 흡입 독성란에 ‘LD50’(공기 중에 0.33mg/L의 상태로 4시간 실험 쥐의 50%가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제품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미국 환경청(EPA)에 등록된 살충제·농약 심사 자료(1998년)와 유럽연합의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EU SCCS) 자료(2009년)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에 함유된 주성분인 CMIT/MIT는 급성독성이 상당히 높고, 특히 피부와 안구 자극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해당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폐질환 등 인체 피해가 발생했고, 환경부는 2012년 9월5일 CMIT/MIT 등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광고에서 주장하는 사실에 관한 사항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며 “이번 조치는 제품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독성 물질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안전’ ‘무해’하다고 광고한 행위에 대한 엄중한 제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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