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설법] “중생과 마주하는 설법, 겸허함에서 비롯된다

-“설법은 쉬워도 가볍지 않고, 깊어도 멀지 않아야 한다는 부처님 뜻 되새겨”
-“중생을 위해 열리는 법회… 알고 있다고 교만해 하지 말고, 어렵다고 물러서지 말라”

편집국

widecvrg@gmail.com | 2025-11-16 20:22:00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깊어가는 11월의 초입에서 우리는 또 한 번 계절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은 늘 우리 마음을 숙연하게 합니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사람의 마음은 더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집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 불가에서는 음력 10월 보름부터 시작되는 '동안거(冬安居)'를 맞이할 준비에 들어갑니다.

 

동안거는 석 달 동안 모든 대중스님이 흩어짐을 멈추고 다시 하나의 수행 공동체로 모여드

는 귀한 결제(結制)의 시기입니다. 인도 불교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겨울이 수행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기에 ‘하안거’만 존재했지만, 겨울이 혹독한 동아시아에서는 자연이 수행의 문을 닫는 계절이기에 지혜롭게 동안거 마련되었습니다.△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결제법회에서 방장 스님이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면, 그 울림은 곧 어둠을 가르는 번개의 소리처럼 온 도량에 퍼지며 ‘잡념을 끊어라, 정진으로 나아가라’는 부처님의 당부가 됩니다. 수행자는 그 소리에 다시 깨어나고, 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속에서도 하나의 무명을 끊어내야 합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 설법의 주제는 바로 설법(說法)의 마음가짐입니다. 불가에서 설법이란 삼보 가운데 법보(法寶)에 의지하여, 대중 앞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는 경건한 의식입니다. 

 

설법을 행하는 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할 뿐만 아니라, 그 마음에 깃든 대자비와 무량한 지혜를 그대로 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설법은 화려한 말솜씨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을 대신하여 진리를 드러내는 고요하고 단단한 일입니다.

 

설법의 내용이 비록 쉽고 이미 들은 바와 같은 것이더라도, 우리는 “다 아는 이야기”라며 경박한 마음(輕薄想)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이 정도는 알고 있다’는 생각은 수행을 가장 먼저 가로막는 장벽입니다.

 

또한 그 내용이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고 해서, 한 번도 실천해 보기도 전에 ‘나와는 상관없다’며 고개를 돌리는 현애상(懸崖想)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이 마음은 마치 험한 절벽만 바라보며 첫 발을 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듣고, 성실히 마음에 새기기만 한다면 어느 순간 법의 기틀은 반드시 발동합니다. 수행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기적이 아니라,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듯 서서히 변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한 해의 끝이 다가올수록 우리의 마음은 가볍게 풀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의 길은 계절과 감정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동안거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정좌하여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설법 말씀을 “듣는 그 순간”이 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행해지는 순간” 꽃이 피어납니다. 오늘 들은 한 구절, 오늘 마음에 새긴 한 문장, 오늘 버린 한 가지 허망한 생각이 여러분의 삶에서 큰 변화를 만들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이는 늘 부처님 곁에 있는 이다.” 이제 남은 두 달여의 시간을, 마치 동안거에 들어가는 스님들처럼 정진의 시간으로 삼으십시오.

 

말을 줄이고, 생각을 가다듬고, 바른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면 2025년의 마지막은 어느 해보다 밝고 따뜻한 결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여러분의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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