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담지설] “풍요 속 감사와 나눔”… 추석 앞둔 법담 종정 스님의 귀한 가르침

편집국 / 2025-09-28 10:45:19
-한가위의 본뜻, 부처님의 ‘보시·감사·자비’로 새기다
-조상님 은혜 기리고 전통을 잇는 길, 불자의 삶이자 공덕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연일 이어진 가을 장마가 새벽부터 대지를 적시며 이제는 9월의 끝자락에 우리를 서 있게 합니다. 곧 나흘 뒤면 음력 8월 15일, 우리 민족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명절인 추석(中秋節)이 찾아옵니다. 추석은 한 해의 수확을 마무리하고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시기이자, 우리의 삶 속에 깃든 풍요와 감사, 그리고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귀한 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보시(布施)는 선근(善根)을 키우는 씨앗과 같고, 감사(感謝)는 그 씨앗을 자라게 하는 물과 같으며, 자비(慈悲)는 열매를 맺게 하는 햇살과 같다.” 추석이야말로 이러한 보시·감사·자비가 모두 어우러지는 시기입니다. 

 

불자로서 우리는 이 시기를 단순한 휴일로만 여기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삶 속에 실천

 하는 도량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추석은 ‘가배(嘉俳)’, ‘가위’, ‘한가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이름이 다르더라도 공통된 뜻은 한 해 농사를 마친 뒤 하늘과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살지만, 여전히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불자의 도리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法句經)'에서 이르셨습니다. “감사할 줄 아는 이는 이미 절반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감사의 마음은 깨달음의 씨앗입니다. 한가위를 맞아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불자의 실천입니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반보기’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시집간 딸이 친정을 찾기 어려워 부모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던 그 풍습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속에는 사랑과 정성, 그리고 나눔의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눔은 마음을 열게 하고, 마음이 열린 곳에 기쁨이 깃든다.” 우리 불자들도 추석 연휴를 맞아 단순히 ‘먹고 즐기는’ 명절이 아니라,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랍니다. 음식과 정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보시와 봉사의 마음으로 추석을 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불자의 삶입니다.

 

추석 차례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조상님의 은혜를 기리는 감사의례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불설부모은중경(佛說父母恩重經)'에서 부모의 은혜를 설하시며, 그 은혜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하셨습니다.

 

조상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은 불자에게도 큰 공덕이 됩니다. 무형유산 정책이 ‘전승자 중심’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확대한 것처럼, 불자도 불법을 공동체 안에서 실천하며 후대에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불가에서는 여름·겨울을 ‘안거(安居)’라 하여 수행과 정진의 시기로 삼고, 봄·가을은 ‘산철’이라 하여 출입이 자유로운 때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산철이자, 다음 정진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유마경(維摩經)'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청정한 마음으로 행하는 일상은 이미 도량(道場)이다.” 추석 연휴 동안 단순히 쉬는 시간을 넘어서, 가족과 함께하는 그 자리가 곧 도량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청정히 하여 부처님 법문을 새기면, 추석이 수행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강조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의 법은 행함을 통해 살아나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지혜’는 단지 아는 데 있지 않고, ‘행’으로 이어질 때 빛납니다.

 

추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풍요 속에서 감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조상님의 은혜를 기리며, 가족과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 이것이 곧 불자의 삶이며, 수행의 길입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추석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금 부처님의 법문을 가슴에 새깁니다. 뜨거웠던 여름도 계절의 순리를 따라 물러나듯, 우리의 삶의 고난과 괴로움도 감사와 나눔의 마음으로 다스릴 때 자연스레 평온과 기쁨이 깃듭니다.

 

둥근 보름달처럼 원만한 마음으로, 조상님 은혜에 감사하며, 어려운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추석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 추석이 여러분의 마음 속에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계기가 되길, 부처님께 함께 발원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에 복락(福樂)이 깃들고, 나누는 손길에 보리심(菩提心)이 자라나며, 자비의 길 위에 깨달음이 피어난다.” 이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모든 불자가 추석의 참뜻을 실천하여, 더욱 빛나는 삶을 열어가길 기원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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