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임차인에 거액 소송 “왜”…‘사기성 제안’ 인지 논란
김성욱
wscorpio67@gmail.com | 2024-10-30 15:22:32
[하비엔뉴스 = 김성욱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자사 소유의 건물을 임대한 임차인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은 그러나 분양 당시 직원의 ‘사기성 계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이지스자산운용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사전 인지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청휘빌딩에 입주한 A씨를 상대로 명도소송과 41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휘빌딩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 2017년 SK D&D·모건스탠리와 함께 인수한 건물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 이지스자산운용 소속 직원 P씨로부터 해당 건물 내 103호에 입점할 것을 제의받아 보증금 1500만원에 월 매출 10%를 임대료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P씨는 청휘빌딩을 운용하는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35호의 대표자다.
이후 A씨는 지난 2022년 8월 P씨로부터 청휘빌딩 내 또 다른 상가인 102호 임대를 제안받았다.
A씨는 “사정상 6개월 단기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 연장이 가능하고 2개월 렌트프리도 해주겠다는 P씨의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앞서 계약한 103호의 경우 18개월간 아무런 문제 없이 임대차를 진행한 만큼 102호 계약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계약은 사정이 달랐다. 102호 역시 ‘장기 연장이 가능하다’라는 P씨의 구두 약정과 함께 회사 측의 요구에 따라 6개월 단기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담당자가 K씨로 바뀌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매장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당시 매장 기초공사에만 1억1000만원을 들여 2개월간 공사를 끝내고 영업준비를 하던 중으로, 회사 측의 통보대로라면 4개월 뒤 매장을 떠나야 한다.
A씨는 “103호와 동일한 조건과 장기 연장이라는 P씨의 약속을 믿고 큰 돈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는데, 사측의 황당한 통보에 어이가 없다”며 “이지스자산운용은 청휘빌딩의 목표 매각가를 1500억원으로 잡아 103호는 월 1억2610만원, 102호는 월 2억4850만원의 임차료를 받아야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P씨가 102호 임대를 제안했을 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103호 운영도 버거웠고, 공실이었던 매장을 인테리어 공사까지 해야 되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간절한 구애에 입점을 결정했다”며 “어떤 임대인이 4개월을 사용하려고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겠냐”라고 덧붙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또 계약기간 연장 불가 통보와 함께 퇴거 시 매장 원상복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A씨는 “당시 102호는 리모델링 이후 한 번도 임대하지 않아 임차인이 바닥과 전기, 칠, 목공, 설비 등의 기초공사를 해야 한다”며 “결국 이지스자산운용은 임차인에게 공사를 떠넘기고 내쫓으려는 속셈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A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회사 측에 호소했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은 A씨를 대상으로 명도소송 2건과 부당이익반환청구소송 1건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명도소송에 대해 ‘장기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지스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씨는 “계약서상은 단기계약이었지만 계약 당시 P씨는 장기 연장과 함께 공사기간 2개월과 렌트프리 2개월 총 4개월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줬다”라며 “일반적인 단기계약이라면 어떻게 6개월 계약에 4개월을 렌트프리로 해주겠냐”라고 토로했다.
P씨의 이같은 무책임한 계약도 문제지만, 두 사람간 계약 당시 장기 연장과 렌트프리 사실을 이지스자산운용이 알고 있었다는 점은 사측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A씨와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을 보면, P씨는 A씨에게 장기 임대 약속은 물론 인테리어 공사를 의도적으로 시켰고, 공사비 대가로 렌트프리 2개월을 약속한 정황을 알 수 있다.
P씨는 특히 이지스자산운용 소속 직원이자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35호의 대표이지만, 임대 영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녹취록을 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P씨가 계약 당시 A씨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은 P씨가 회사와 상의 없이 A씨와 장기 연장 등을 구두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모든 책임을 임차인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P씨가 좀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잘못된 부문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라며 “해당 건물의 펀드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수익자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매니저로서 역할이 있는데, A씨가 점유고 있어 수익이 없는 만큼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은 102호에 대한 명도소송 1·2심과 103호에 대한 명도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41억원을 요구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현재 1심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002년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만들어졌지만 단기임대차의 경우는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건물주들은 저렴한 임차료로 최대 10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는 법을 피해 단기 임대라는 ‘꼼수’를 부려 피해를 입는 임차인이 적지 않다.
A씨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적자에 입점 투자비, 각종 소송비까지 수 십억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아 합당한 임대료로 매장 사용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윤리강령에는 ‘임직원은 고객이 회사의 존립기반이자 존립이유라는 신념을 가지고, 항시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고객우선 윤리’가 투자자는 물론 임차인에게도 적용돼 A씨와 같은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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