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원태 회장 보수 논란만 가중
경쟁력 잃어가는 LCC...공정위 실효성 있는 감시 필요
조 회장 보수 5년 새 230% ↑...국민연금 등 주주반대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12-23 13:50:42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8000억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이번 합병이 결과적으로 경영권 안정과 오너 일가의 보수 증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 편익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로부터 총 92억 24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3% 증가한 수치로, 취임 이듬해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총 230% 상승했다.
이러한 가파른 인상을 두고 주요 주주들의 비판이 거세다. 국민연금은 지난 주총에서 “경영 성과 대비 보수가 과다하다”며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호반건설 역시 특정 이사에게 편중된 보수 한도 증액에 반대하며 경영진의 ‘배불리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는 독점 방지를 위해 노선 점유율을 관리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천발 국제선 111개 노선 중 양사의 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은 20여 개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등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점유율 50% 이상 노선은 30개를 상회한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8000억 원이 과거 조 회장의 경영권 분쟁 당시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체결한 경영 감시 조항들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 속에, 합병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자산인 화물 부문을 매각하고 유럽·미국 등 주요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하면서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전체 파이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기내 서비스 축소와 운임 상승 가능성 등 합병의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반면 현장의 승무원과 조종사들은 합병 준비 과정에서의 인력 부족과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며 경영진의 보수 잔치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합병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이제는 합병 이후의 ‘부작용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환경 변화를 무시한 일괄적인 공급 유지 명령보다는 노선별 수요에 맞춘 정교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독점 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감시와 함께, 공적 자금 투입의 취지에 걸맞은 투명한 경영 책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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