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담지설] “가을바람 속에 지혜의 등불을 더욱 밝히라”

- 자연의 변화를 통해 우리 또한 삶의 무상함을 배우고, 깨달음을 새겨야
- 탐욕을 줄이는 것, 분노를 다스리는 것,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이 곧 지혜

편집국

widecvrg@gmail.com | 2025-09-14 10:45:38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벌써 9월의 둘째 주말입니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한 발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가을의 서늘한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일깨워 줍니다. 

 

봄은 희망을 주고, 여름은 성장을 주며, 가을은 결실을 주고, 겨울은 고요함을 줍니다. 이는 모두가 무상(無常)의 법을 드러내는 것이니, 자연의 변화를 통해 우리 또한 삶의 무상함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을 배우고, 깨달음을 새겨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일체행 무상, 생멸멸이시. 생멸멸이적, 적멸위락.” 모든 것은 무상하여 생겨나고 사라짐을 반복하니, 그 이치를 깊이 관조하면 열반의 적정과 참된 안락에 이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더위도, 고통도, 기쁨도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 인연의 바람일 뿐입니다.

 

불자 여러분, 불가에서는 여름과 겨울을 안거(安居)의 시기로 삼아 깊은 정진에 들고, 봄과 가을은 산철(散撤)이라 하여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을 준비하는 때로 여겨왔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산철의 초입입니다. 농부가 가을의 결실을 위해 봄부터 씨앗을 뿌리고 여름 내내 가꾸듯이, 우리 불자들도 마음 밭에 자비와 지혜의 씨앗을 심고 닦아야 합니다.

 

'법구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마음은 모든 것의 근본이다. 마음이 청정하면 그에 따라 즐거움이 따른다.” 우리의 삶을 괴롭히는 근본은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의 마음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사회의 갈등, 개인의 번뇌는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그 속에서도 마음을 청정히 하면 고요함과 기쁨이 따라옵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한숨만 내쉬지 마십시오. 세상은 언제나 불타는 집과 같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그 불길 속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법입니다. 지혜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 탐욕을 줄이는 것, 분노를 다스리는 것,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이 곧 지혜입니다.

 

가을의 달빛을 떠올려 보십시오. 달은 그 빛을 차별 없이 온 세상에 나누어 줍니다. 그 빛은 부자에게도, 가난한 이에게도, 잘난 이에게도, 못난 이에게도 고르게 스며듭니다. 우리 불자의 자비 또한 그러해야 합니다. 조건 없는 나눔, 머물지 않는 베풂,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자비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스스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삶입니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불자의 도리입니다. 나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과 나라와 세상을 함께 위하는 마음이 곧 애국이자 불법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불자 여러분, 가을바람은 나뭇잎을 흔들어 떨어뜨리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틔울 땅을 마련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러해야 합니다. 낡은 집착을 내려놓고, 새로운 지혜와 자비를 틔워내야 합니다. 무상함을 깊이 새기며, 이 순간을 정진의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남기신 말씀을 다시 지난주에 이어 되새깁니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스스로를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으라. 다른 것에 기대지 말고, 내 안의 불성을 일깨워 지혜와 자비로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불자님들이 백로의 맑은 이슬처럼 청정한 마음을 지니고, 가을의 결실처럼 수행의 열매를 맺어 가시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합니다.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합장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