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마비...정부 책임 비화되나

10년 넘은 배터리,‘교체 권고’에도 정상 판정
지하 이전 작업에 비전문가 투입?, 관리 부실?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09-30 13:09:11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는 정부 주요 전산망을 마비시키며 ‘디지털 행정’의 허점을 드러냈다. 불씨는 10년을 넘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교체 권고와 정상 판정이 뒤섞인 점검 체계 그리고 책임이 희미한 외주 구조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행정이 닷새째 마비되면서 국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정부 전산망 총 83개의 시스템이 재개됐고, 1등급 시스템 36개 중 20개(55.6%)가 정상화됐다. 그러나 시스템 복구에 앞으로 4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민 불편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자원 현장감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화재 원인을 두고 배터리 결함설, 정부기관의 안전관리 소홀 및 기강 해이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자원 전산실에 설치된 리튬이온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2012~2013년 공급한 제품으로, 2014년 무정전전원장치(UPS)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설치됐다. LG CNS가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제작해 중소 UPS 제조업체에 납품했고, 국정자원은 이를 통해 주요 전산망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다.

문제는 이 배터리의 ‘수명’이었다. 제조사의 보증기간은 10년으로, 이미 지난해 만료됐다. 실제로 UPS 구축업체는 2024년 6월 정기 점검 당시 “사용 권고 연한을 초과했으므로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터리 온도 편차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구간이 존재한다는 점도 보고됐다.

LG CNS는 지난해 6월 정기 검사에서 사용연한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교체를 권고했다.

국정자원은 점검 용역업체로부터 ‘정상 판정’을 받았다며 교체를 미뤘다. 서버와 시스템 간 이격 확보를 위해 지하층으로 이전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바로 그 노후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조사가 진행되며 이번 사태를 기술 결함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사고는 어느 한 기관이나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발주·점검·시공으로 이어지는 공공조직의 다단계 외주 구조에서 비롯된 관리 시스템적 허점일 수 있다”며 “책임이 분산될수록 현장의 안전감각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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