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도대체 언제나...현대차·기아, 한 달에 1조 넘게 미국 관세 폭탄

지난 7월말 합의했다더니 적용 시점 안갯속
일본 9월 적용, 가격 경쟁력 우위 계속 보고만

김재훈 기자

kjaehun35@gmail.com | 2025-11-12 13:31:03

[HBN뉴스 = 김재훈 기자]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와 양국간 협상문 공식 서명 지연으로 현대자동차·기아 등 자동차 업계의 미국 관세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합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업계는 여전히 25%의 고 관세를 부담하는 가운데 세율 인하 적용 시점마저 한국에 불리하게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평택항 자동차부두. [사진=경기평택항만공사]

 

한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율 인하가 지난 7월말 처음 합의됐다고 주장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적용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후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대미 투자액인 3500억달러(한화 약 507조원) 중 2000억달러를 현금(지분)으로 투자하되 연간 200억달러의 상한을 두기로 하면서 7월말 관세 협상 후속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었다. 

 

당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양국 간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팩트시트는 (관세 및) 안보와 합쳐 2~3일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주를 지난 12일 현재까지도 팩트시트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통상 분야 외에도 안보 등 정상회담 전 의제를 포괄하는 내용을 담는 과정에서 늦어진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나 자동차 업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3분기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액이 각각 1조8210억원, 1조2340억원에 달했다. 지난 2분기 관세 비용인 현대차 8280억원, 기아 7860억원에 비해 무려 2배나 급증한 규모다. 두 회사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한 달에 1조원이나 관세로 고스란히 뜯기는 셈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 전까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산 제품은 관세율이 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뼈 아플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달 중 자동차 관세 15% 인하가 적용되더라도 현지 판매를 거쳐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조속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 측은 적용 시점이 늦어져도 11월 1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그대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 측의 행정명령과 관보 게재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지난 9월 4일 관세율 15% 인하에 합의했고 실제 발효는 연방관보 게재 이후인 같은 달 16일에 이뤄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국내 업계를 압도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 우리에게 맞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 시점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달의 1일로 소급해 적용될 예정이다. 한·미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팩트시트는 언제 나오는지'에 대한 질문에 "날짜를 예단하고 있지 않은데 거의 마지막에 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이번 관세협상 타결 과정에서 향후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다시 한국 상품에 매기는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이날 확인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를 못 하면 관세 다시 올린다는 내용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일본과 똑같이 들어 있다"고 답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