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제약, 500억 유증 '주주 부담 전가' 논란

지배구조 개편, 계열사간 채권 담보 해소 명분

홍세기 기자

seki417@daum.net | 2025-10-30 12:38:05

[HBN뉴스 = 홍세기 기자] 비보존제약이 지배구조 개편과 계열사 간 채권·담보 관계 해소를 명분으로 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실제로는 소액주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은 지난 13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1061만5000주를 발행가액 4710원에 발행하며, 신주배정비율은 보통주 1주당 0.2142주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는다.​

 

비보존제약

 

조달 자금 중 가장 큰 문제는 용도다. 비보존제약은 총 500억원 중 230억원을 관계사인 비보존을 대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 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운영자금으로는 258억원, 발행제비용으로 12억원을 배정했다.​


비보존제약은 2019년 계열사인 비보존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며, 만기는 내년 1월 31일이다. 당시 이 CB는 LED 조명 생산기업이었던 루미마이크로(현 비보존제약)가 제약 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으로 발행한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주주 자금으로 계열사에 빌린 돈을 갚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CB 만기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전환이 아닌 상환을 전제로 유증을 추진한다는 점은, 회사 스스로도 연말까지 주가가 전환가액(9410원)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최대주주는 20%만 참여..."책임경영 회피"

더 큰 논란은 최대주주의 소극적 참여다. 최대주주인 비보존홀딩스(지분율 24.87%)는 배정받는 물량 중 약 20%에 대해서만 청약할 것이라고 증권신고서에 명시했다. 계획대로 유증이 마무리되면 비보존홀딩스의 지분율은 21.40%로 감소한다.​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유증에는 미온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투자한 CB는 원금과 이자를 고스란히 챙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보존제약 측은 이번 유증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비보존제약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비보존홀딩스→비보존제약→비보존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현재 비보존제약은 비보존의 최대주주(지분율 24%)이지만, 비보존도 비보존제약 지분 10%를 보유해 상호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회사는 CB를 상환함으로써 "관계회사인 비보존이 채권자인 지배구조 왜곡을 해소"하고, 향후 비보존이 보유한 비보존제약 지분을 정리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회사는 "유동성 문제 등의 사유로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 주가 급락에 재무구조 악화 심각

유증 공시 직후 비보존제약 주가는 급락했다. 13일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4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1.3% 내린 5100원에 장을 마쳤다.

재무구조 악화도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비보존제약의 자본총계는 99억원으로 자본금(125억원)에 미달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15.0%에 달한다. 유동부채는 702억원으로 유동자산(357억원)의 약 2배 규모다.​

비보존제약은 최근 3개년(2022~2024년) 동안 각각 407억원, 34억원, 1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8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차입금 의존도는 22.5%, 부채비율은 43.4%, 유동비율은 50.9%로 재무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비보존제약은 국산 38호 혁신신약인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염산염)의 시장 안착을 위한 영업·마케팅 역량 확대에도 유증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어나프라주 품목허가를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비 집행 및 출시 준비로 재무 여력이 약화됐다"며 "이번 자금 확보를 통해 신약 상용화와 재무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보존제약은 지난 9월 한국다이이찌산쿄를 어나프라주 공동 프로모션 파트너사로 선정하는 등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 출시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소극적 참여와 채무 상환 위주의 자금 사용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유증 일정은 구주주 청약이 12월 18~19일, 일반공모 청약이 12월 23~24일 진행되며, 신주는 내년 1월 13일 상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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