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묘심 종정 “천년의 아픔, 천일의 기도로 씻는다”… '한반도 평화 위령탑 발원'

-'부처님오신 날' 앞두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를 향한 마음’
-전쟁과 분열, 증오와 갈등 … 이 시대를 향한 조용하지만 단단한 호소

이정우 기자

spooler_lee@naver.com | 2026-05-17 11: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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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5월 중순,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는 옛 가르침 속에서 스승의 날을 지나고 있다. 배움의 은혜와 사람의 도리를 되새기게 하는 이 계절은, 늘 우리 마음을 잠시 멈추어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 불자들에게 가장 뜻깊은 날 가운데 하나인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전국의 사찰마다 연등이 걸리고, 산사에는 은은한 목탁 소리와 함께 부처님의 자비를 기리는 준비가 한창이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 하나씩이 켜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부처님오신날은 예년과는 조금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국내외를 둘러싼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과 갈등 속에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동의 밤하늘은 여전히 화염과 비명으로 물들고 있다. 인간은 눈부신 문명을 이루었다고 말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우리 사회 또한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깊어지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서민들의 한숨은 커지고, 갈등과 분열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상처 입히는 말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때, 묘심 종정의 ‘한반도 평화 위령탑 천일기도’ 발원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천년의 상처를 천일의 기도로 씻어내겠다는 이 발원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을 넘어선다. 그것은 전쟁과 분열, 증오와 갈등 속에서 길을 잃어가는 이 시대를 향한 조용하지만 단단한 호소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우리 모두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물음이기도 하다.

 

묘심 종정은 말한다. “기도는 부처님께 무엇을 달라고 비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속 어둠을 먼저 걷어내는 일이다.” 이 말에는 수행자로서 평생을 살아온 한 노승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원망하기 전에 먼저 함께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사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 또한 여기에 있다. 부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날이면서 동시에, 자비와 공존의 가르침을 다시 마음에 새기는 날인 것이다.

 

올해 전국 사찰들이 준비하는 봉축 행사 역시 예년처럼 화려함에만 머물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많은 사찰과 불자들은 보다 조용하고 품위 있는 방식으로 부처님의 뜻을 나누고자 애쓰고 있다. 과한 장식보다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보여주기보다 함께 나누는 일에 더 큰 의미를 두려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묘심 종정의 천일기도는 더욱 시의적절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함께 바라보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진=묘심 종정

종정 스님은 이번 발원을 특정 종단이나 불자들만의 기도로 남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름모를 이들의 피로서 자켜져 왔 던 이나라에 전쟁의 상처와 분열의 고통은 특정한 누군가만의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두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일기도는 참여를 기다린다. 거창한 형식이 아니어도 좋다. 

 

잠시 두 손을 모으는 마음,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향한 짧은 묵념, 서로를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작은 실천 하나까지도 모두 이 기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특히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은 그 마음을 모으기에 더욱 뜻깊은 시간이다. 연등 하나를 밝히더라도 단지 자신의 소원을 비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땅의 평화와 다음 세대의 미래를 함께 염원하는 마음이 더해질 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비로소 오늘의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

 

불교는 오래전부터 “한 사람의 깨달음은 결국 모든 생명을 향해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자신의 평안만을 위한 수행은 완전할 수 없으며, 타인의 아픔을 함께 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비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사진= 베스트셀러 빙의의 작가이기도 한  묘심 종정의 방송 출연 모습.    [제공/세계경제TV]

 

묘심 종정의 천일기도 역시 바로 그 연장선에 있다. 죽은 이를 위로하고 산 자를 치유하며, 갈등의 시대를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자는 간절한 서원이다. 칠순의 수행자가 남은 생을 걸고 시작한 이 기도는 그래서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긴 세월 수행의 길을 걸어온 노승이 이제 마지막 힘을 다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서로 미워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가장 오래되고도 가장 어려운 가르침이다.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 전국의 산사마다 울려 퍼질 범종 소리와 연등의 빛은 단지 축제의 풍경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빛은 상처 입은 시대를 위로하는 희망의 등불이어야 하며 그 울림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다시 평화로 향하게 하는 작은 시작이어야 한다.

 

천년의 아픔을 씻어내는 길은 멀고도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먼저 두 손을 모아야 하고, 누군가는 먼저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지금 묘심 종정이 올리는 이번 천일의 발원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이제 그 간절한 서원은 작은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조용히 우리 모두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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