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담지설] “서리는 내려도 법의 봄은 식지 않는다”
-자연의 변화 속 무상(無常)의 진리를 통해 수행의 깊이 일깨워
-법구경'과 '금강경'으로 전하는 수행자의 마음가짐
편집국
widecvrg@gmail.com | 2025-10-26 12:07:32
상강(霜降), 서리 내린 마음에도 자비는 피어나야
가을이 깊어가며 들녘의 곡식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산천의 나뭇잎은 저마다의 빛깔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24절기 가운데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霜降)은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들며, 만물이 서리를 맞이하여 마무리의 때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하늘은 높고 맑으나, 아침 저녁으로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생명은 침묵 속에서 다음 봄을 기약합니다.
이러한 때, 불자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무상(無常)’의 진리를 배우게 됩니다. '법구경'에는
상강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불자는 마음의 온기를 지켜야 합니다. '유마경'에서 부처님은 “자비는 모든 번뇌를 녹이는 따뜻한 불이다”라 하셨습니다. 외풍이 매섭다 하여 마음까지 얼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서리가 내리는 들판에도 여전히 봄을 준비하는 씨앗이 있듯, 수행자의 가슴에도 자비의 씨앗은 꺼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 시기 불자는 욕망을 줄이고 마음을 맑히는 수행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합니다. '금강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하셨습니다. 머무름이 없을 때 비로소 참된 마음이 일어나는 법입니다.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않고, 다가올 것에 불안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의 바른 마음으로 살아갈 때, 그것이 곧 부처님의 길입니다.
또한 상강은 감사와 회향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 해의 결실을 돌아보며 조상과 부모, 그리고 나를 이끌어준 인연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감사는 모든 복덕의 근원이며, 자비의 시작입니다. 불자는 타인의 공덕을 칭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겸허함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의 문을 엽니다.
서리가 내리면 들꽃은 시들지만, 그 자리에 더 깊은 생명의 순환이 깃듭니다. 불자의 삶도 그러하니, 고요함 속에서 더욱 깊은 깨달음이 자라납니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 속에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부처님의 음성은 단 한 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변하니, 집착을 놓고 자비를 지으라.”
지금, 상강의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도 부처님의 법음은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덮습니다.
부디 불자 여러분 모두, 마음의 서리를 녹이는 자비의 불을 밝히시어, 무상한 세상 속에서도 영원히 변치 않는 법(法)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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