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연구팀,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 분석 통해 OTT 소비 지리·언어적 구조 규명

한주연 기자

dlarkdmf15@naver.com | 2026-01-28 13:51:39

[HBN뉴스 = 한주연 기자]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OTT)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인류의 미디어 소비 패턴 뒤에는 깊게 뿌리내린 지리적·언어적 유산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왼쪽부터 정형채 교수, 이나현 박사과정생, 임종수 교수. [사진=세종대학교]

 

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 물리천문학과 정형채 교수와 이나현 박사과정생(제1저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임종수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통계 물리학과 OTT 연구를 결합해 전 세계 71개국의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를 분석한 의미 있는 두 편의 논문을 연속으로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통해 전 세계 시청 권역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시청자들은 지리적·언어적 특성에 따라 ▲북미 및 범유럽(NAPE) ▲아시아 및 중동(AME) ▲중남미(CSA)라는 세 개의 거대한 군집으로 뚜렷하게 나뉘었다. 

 

흥미로운 점은 튀르키예와 같은 국가다. 튀르키예는 동양과 서양의 접점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시청 패턴에서도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모호성을 보이며 ‘문화적 교차로’의 역할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보 이론의 ‘KL 발산’ 지표를 활용해 콘텐츠 인기가 어느 국가에서 시작돼 어디로 흐르는지도 추적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내에서는 한국과 태국이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발원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역의 인기를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으로 전달하는 독특한 ‘글로벌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싱가포르의 다문화적 배경과 글로벌 트렌드와의 높은 유사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도 자세하게 조명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는 2021년 4분기 '오징어게임' 출시를 기점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는데, '오징어게임' 이전 주로 아시아 지역에 국한됐던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이후 중남미와 유럽 등 전 세계 모든 시청 권역에서 '주요 변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다만, 북미와 범유럽 지역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고 다시 미국 콘텐츠 위주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글로벌 파워'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물리적 거리나 언어의 장벽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인류의 문화 소비는 여전히 지리적/역사적 맥락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종수 교수는 “오늘날의 글로벌 OTT 소비 패턴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언급한 ‘장구한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며 “넷플릭스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수 세기 동안 쌓아온 지리·언어적 문화 구조를 기가 막히게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재단의 글로벌인문사회융합연구지원사업으로 진행됐으며, 통계 물리학 분야의 권위있는 SCI급 학술지인 Physica A와 한국물리학회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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