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해외법인, "횡령 덮으려다 뇌물까지"...관리 체계 도마 위
카자흐스탄 법인서 10억 원대 횡령·뇌물 정황 적발
공사 "해외 자금 관리 전면 점검, 재발 방지 노력"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1-30 14:17:39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법인에서 수억 원대 횡령과 불법 자금 조성, 뇌물 제공 의혹,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비리가 적발되면서 공기업 해외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서울경제 보도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카자흐스탄 현지 법인을 대상으로 특정 감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 관련자에 대해 징계 요청과 함께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산업통상부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은 현지 법인 직원이 법인 자금 약 1억59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를 인지한 현지 법인 총무 담당 책임자는 정상적인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거래처에 향후 석유제품 할인 공급 등의 특혜를 약속한 뒤 현지 통화 기준 약 1억5300만 원 상당의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해당 책임자는 카자흐스탄 당국이 안전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수십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거래처로부터 추가로 약 3억5300만 원을 받아 브로커를 통해 현지 정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전달한 정황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해외 사업 과정에서 사실상 뇌물 제공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계좌 인출 방식으로 처리된 약 1억9200만 원 상당의 지출에 대해 사용처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법인카드 관리가 사실상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개인 비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리를 인지하고도 본사 보고 대신 은폐를 선택한 해외 조직의 판단과, 보고가 곧 감사와 사업 차질,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진다는 현장 인식이 구조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업장의 특수성이 ‘현지 사정’이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재량으로 작동하며 내부 통제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석유공사는 그간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반복된 실패로 막대한 재무 부담을 안아 왔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석유공사가 진행 중인 16개 해외 사업의 누적 손실 규모는 12조80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회수 금액은 15조5200억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아 의원은 “공기업에서 상당한 규모의 횡령과 뇌물 수수 의혹이 발생했음에도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관리 부실이 손실 확대를 초래한 만큼 철저한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는 이와 관련한 HBN뉴스의 질의에 “카자흐스탄 현지 법인 특정 감사 결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현지 직원의 자금 횡령 사실을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마하기 위해 석유제품 판매 단가를 임의로 조정해 미화 약 37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내부 통제를 소홀히 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하고, 추가 비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며 “향후 해외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금 관리 실태와 내부 통제 장치의 실효성을 전면 점검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