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압구정5구역 공기 단축 속도전...업계 반응은 싸늘한 까닭

압구정4구역 대비 11개월 공기단축, '비현실적'이란 비판도
초고층일수록 공사기간 변수 많아 제안 신중해야…업계 전언

정재진 기자

hbkesac@gmail.com | 2026-05-08 14:47:36

[HBN뉴스 = 정재진 기자]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 참가한 DL이앤씨가 ‘공사기간 57개월’이란 빠른 공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적지 있다. 

 

 

  DL이앤씨 압구정5구역 재건축 '아크로 압구정' 조감도. [이미지=조합원]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현장에서 "압구정5구역 전담 조직 운영과 인허가 책임 등을 통해 기존 압구정 내 타 구역보다 공기를 수 개월 가량 앞당기고, 이를 통해 조합원 금융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숫자적 우위를 내세운 공기 단축보다는 현재 건설 환경이 녹록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 정비사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인 변수들에 대한 대비책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서 '시간'은 조합원의 자산 가치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임이 분명하다. DL이앤씨 역시 이 점을 공략해 압구정5구역에서 '57개월'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그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시공사만의 의지로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주52시간 근무제의 정착, 원자재 수급 불안정, 한층 강화된 안전 관리 기준 등이 최근 서울 내 주요 사업장들의 공기를 늦추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업계는 전한다. 이로 인해 건설사의 의욕적인 공약이 공사과정 중 다양한 변수들로 변경되거나 조합과 갈등을 빚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누가 더 짧은 시간에 공사할 수 있는가'를 겨루는 무리수 경쟁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따지는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압구정5구역은 기존 한양1·2차 아파트 총 1232가구를 최고 60층이상 초고층을 포함해 약 14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메이플자이 등 탑티어 건설사도 피하지 못한 ‘공기 연장’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옛 진주아파트) 사례다. 이 현장은 착공 후 터파기 과정에서 백제 시대 문화재가 대량 발견돼 정밀 조사를 위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문화재 조사와 보존 대책 마련을 위해 공기가 1년 가까이 연장됐고 결국 늘어난 시간은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으로 돌아갔다. 

 

건설업계에서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지반 특성상 '땅을 파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공기를 확신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통용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일각에서 압구정5구역이 지향하는 '초고층 재건축'은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긴 공사 기간을 필요로 하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 재건축처럼)초고층 건물 건축은 높이가 올라갈수록 고층부 중량을 견디기 위한 기초 보강 공사가 복잡해지며 고공 작업에 따른 안전 관리와 기상 변수 대응에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엘리베이터 등 수직 이동 수단의 효율성 문제나 고층용 특수 공법 적용을 고려할 때, 층수가 높아질수록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게 업계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고층 설계를 제안하면서도 오히려 비슷한 규모의 압구정4구역 대비 11개월 이상 공기를 단축하겠다는 것은 약속 이행의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라고 업계 일각은 주장한다. 최고 67층, 1664가구 재건축인 압구정4구역에 대해 삼성물산은 공사기간 68개월을 제안했다.

 

실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공기 연장 진통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메이플자이'(옛 서초 무지개 아파트)는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이라는 돌발 변수가 겹치며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10개월 연장되었고, 가구당 분담금이 1억 원 이상 치솟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또한 입주 직전까지 공사비 증액과 공기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조합과 시공사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 국제 분쟁으로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은 실제적 리스크…인허가 문제도 꼼꼼히 점검해야

 

최근 중동발 리스크는 DL이앤씨가 제시한 공기 단축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은 무엇보다 국제 유가 상승을 초래하면서 건설 현장의 필수재인 석유화학 제품 및 건축자재 운송비용의 폭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건설 현장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를 앞당기게 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이러한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안전장치 없이 공기 단축을 확언하는 것은 자칫 조합원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공사비 증액 리스크를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청담 르엘’(옛 청담삼익 재건축) 조감도. [이미지=업계]

 

행정 절차상의 변수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구 '청담 르엘'(옛 청담삼익아파트)의 경우처럼 설계 변경과 인허가 과정에서 이견은 언제든 공기 지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DL이앤씨가 내세운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역시 서울시 정비계획과의 정합성이 관건이다. 

 

압구정 3구역이 설계안을 둘러싼 인허가 갈등으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던 사례처럼, 무리한 일정 단축을 전제로 한 설계는 행정 절차상 리스크를 키워 오히려 사업을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조합원 입장에서 수천만 원의 이자 비용 절감은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공사비 갈등, 인허가 변경, 유가 상승과 같은 변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공기 연장으로 인해 사업 중단이라는 막대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며"시공사에서 제시한 공기가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계획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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