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향한 K2의 진격…현대로템, NATO 안보 중심에 깊숙이
8.8조원 규모 폴란드 2차 계약 사실상 확정
유럽 현지 생산 본격화에 기술 주도권 우려도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07-03 15:05:45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형 차세대 전차 K2 ‘흑표’가 다시 한 번 유럽을 향해 전진한다. 폴란드와 추진 중인 2차 K2 수출 계약이 확정 단계에 이르면서, 현대로템이 다시 한번 약진하고 있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파트너십 모델’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추진하는 재무장 전략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평가다.
3일 현대로템은 하비엔뉴스와의 통화에서 “폴란드 측에서 협상이 끝났고 곧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내용을 예고한 상황”이라며 “아직 공식 체결은 아니지만,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국방부 장관과 K2 제작업체 현대로템이 K2 전차 2차 계약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계약 규모는 폴란드 측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2차 계약이 K2 전차 180대로 65억 달러(약 8조8천억 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개별 방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이다.
◆ ‘수출’에서 ‘공생’으로...현지 생산기지의 전략적 의미
이번 K2 2차 계약의 핵심은 단순한 장비 판매를 넘어선 ‘현지 생산’이다. 총 180대 중 63대가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를 통해 조립 생산될 예정이며, 폴란드에는 K2PL(폴란드형 K2) 생산시설이 본격적으로 구축된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무기 판매가 아닌, 유럽 현지 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려는 전형적인 ‘시장 내재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비 확충 기조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EU는 지난 3월 ‘유럽 재무장 계획(European Defence Industrial Strategy)’을 발표하고, 공동 무기 생산 및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 흐름의 최선두에 서 있으며, 현대로템의 K2PL 계약은 이 전략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 무기 수출국의 그림자...장밋빛만은 아니다
NATO 재무장 흐름 속에서 한국 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는 듯하지만, 외형적 성공 뒤에 감춰진 리스크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기술 이전의 부담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내 생산시설과 조립라인 구축을 포함한 ‘파트너십 모델’을 채택했으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현지 기업의 독립 생산역량을 키워 K2 기술이 유럽 현지에 ‘잠식’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유럽 시장에서 한국산 K2가 ‘현지산 K2’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방산 시장 특유의 폐쇄성도 변수다. NATO는 방산 공동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독일·프랑스 중심의 자국 산업 보호 장벽이 높다. K2가 단기적 수요 대응책은 될 수 있어도, MGCS(차기전차 공동개발)와의 충돌 가능성 등 장기 파트너십 전망은 불확실하다.
수출 중심 전략이 장기적으로 국내 방산 R&D를 소홀히 만들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차세대 플랫폼 개발 없이 ‘다음 K2’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K2PL이 현지 작전 환경과 요구 사양에 따라 ‘폴란드화’될수록, 원형 플랫폼과의 호환성이 낮아지고 한국군 전력 운용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기 수출 확대가 산업과 외교 사이의 균형을 흔든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무기 수출은 국익 증진 수단인 동시에, 타국의 무력 사용을 돕는 행위이기도 하다. 경제성과 함께 외교적 정체성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한 시점이다.
◆ 방산 수출의 분수령 될까
현재로선 현대로템은 폴란드 외에 추가 생산거점 확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NATO 주요국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K2가 기술적·운용 면에서 유럽형 차기전차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현지 조립·공급망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체코, 루마니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도 한국 무기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만큼, 현대로템의 ‘K2 유럽 전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K2 전차가 한국뿐 아니라 유럽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