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잣대에, M&A 시장 어디는 웃고 누구는 울고

기업 M&A 최종 관문..접수일부터 30일내 심사 원칙인데
국내 시장 경쟁 훼손 여부 살피지만 3년 장기화 사례도

장익창 기자

sanbada09@naver.com | 2026-08-12 17:19:34

[HBN뉴스 = 장익창 기자] 기업 인수·합병(M&A)의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어떤 경우 순탄하게, 어떤 경우 장기 표류 국면을 맞고 있어 대상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 경쟁당국인 공정위는 기업간 인수·합병이 국내 시장 경쟁을 훼손하는지 심사하고 있다. 현행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접수일부터 30일간 진행되는데, 필요한 경우 최대 90일까지 연장해 총 120일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건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 경쟁당국과 엮이며 무려 3년간이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된 건도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공정위는 지난 2일 정부가 지배하는 철도 공기업들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통합을 위한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공정위는 코레일의 SR 영업 양수와 정부 보유 SR 지분(58.95%) 취득에 따른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고속철도 여객운송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낮다고 판단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코레일과 SR 모두 공기업으로 원칙적으로 간이심사 대상이지만 고속철도 운임이 국토부 고시 상한 및 인가 대상이라 결합 후 독단적인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판단해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의 도레이첨단소재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부 인수 거래는 장기 표류 국면이다. 공정위가 경쟁제한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심사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어펄마는 해당 사업부를 약 12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어펄마는 지난해 4월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부를 950억원에 인수한 뒤 사명을 플렉시온으로 변경했다. 이어 도레이와의 거래에 나서며 관련 사업 규모를 키우는 볼트온 전략을 추진했다.

 

FCCL은 스마트폰이나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서 영상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전자 소재다. 공정위는 가격 인상과 공급 축소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독과점 형성에 따른 가격 상승 및 물량 통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펄마 측이 가격·물량 유지 약속 등 시정조치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 관문에서 횡보하며 M&A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네이버 계열사로 간편 결제 1위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간 합병 건도 공정위가 13차례 이상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공정위 심사 강화로 승인이 늦춰지는 사례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 결합 심사는 작년 11월 28일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 합산 기업가치 약 20조 원에 달하는 대형 결합인 데다 각 분야 1위 간 거래라 자료 보완을 거듭 요구하며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혁신 플랫폼 간 결합인 만큼 불허보다는 시장지배력 전이 방지 장치 등을 전제로 승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5% 넘게 보유해 기업결합 신고 의무화 대상이 되면서 공정위의 심사를 받게 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0일 KAI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 보유지분율이 4.98%라고 공시하면서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을 더해 15%를 넘어섰다.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다. 한화그룹이 지분을 인수해도 KAI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방산 부품 공급망 독점이나 영업비밀 공유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과거 한화오션 인수 사례처럼 정보 차단 및 불공정 계약 금지 등 행정적 조건부 승인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Uber)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지난 달 약 148억 달러(한화 2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건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국내 1위 배달앱과 글로벌 모빌리티(택시)와 배달 플랫폼 간 혼합결합(통합 멤버십과 데이터 결합)으로 시장지배력 전이 여부가 심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2020년 배민과 요기요 간 배달앱 수평결합 당시 공정위가 심도있게 따졌던 시장점유율 상승과 경쟁사업자 감소에 따른 독과점 우려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주 중인 쿠팡이츠나 기존 시장을 견제하는 경쟁 촉진 효과가 평가받을 수 있어 관망 기류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은 M&A 시장에서 공정위의 잣대로 인해 합격, 유급, 조건부 통과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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