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리베이트 스캔들' 의료윤리·건강보험 재정 위협
병원 380곳 대상 조직적 리베이트 공급, 내부 보고서로 드러난 실상
홍세기 기자
seki417@daum.net | 2025-06-25 16:22:26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대웅제약이 전국 병원 수백곳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4일 JTBC가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내부 보고서는 국내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2년간 영업직원 행태 구체적 기록 정황
지난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년간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대웅제약 영업직원들이 전국 380여 곳의 병원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의사 실명, 방문 날짜, 대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 대학병원 의사가 학회 지원 금액을 직접 요구하자, 영업직원이 "펙수클루 확실하게 약속해달라"고 답한 기록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명백한 대가성 거래임을 보여준다.
또 2022년 11월 특정 의사가 참석한 국제학술대회에 2억원 규모의 '다이아몬드 등급' 후원을 진행한 후 신약 도입 결정에 감사를 표한 정황도 발견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효과성이 불분명하고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타민'의 약무위원회 통과를 위해 위원회 소속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정황이다.
이는 단순한 불법 리베이트를 넘어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
글리아타민은 대웅바이오의 주력 제품으로 2023년 매출 1293억원을 기록한 뇌기능개선제다. 그러나 일부 논문에서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어, 이러한 약물의 병원 도입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개입되었다는 것은 의료윤리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 사건에서 정부 당국의 무기력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익명의 공익 제보자가 2024년 4월 이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는 이를 경찰에 이첩했지만 경찰은 해당 사건을 불입건 처리했다.
경찰은 "수사팀 인원이 팀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해명했지만, 382개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대규모 불법 행위에 대해 성남지역 개인병원 의사 16명만 조사하고, JTBC에 보도된 대학병원 의사들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하지 않은 것.
현행 약사법은 제약회사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학술대회 지원의 경우에도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허용한다.
보건복지부령에 따르면, 학술대회 지원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려면 발표자·좌장·토론자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자에 대하여 주최자가 직접 교통비·식비·숙박비·등록비 용도의 실비를 지원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2억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등급' 후원과 같은 과도한 지원은 명백히 약사법상 허용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신약 도입을 약속받는 조건이라면 법적 허용 범위를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부담 가중
리베이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약사가 리베이트에 쓰는 비용은 결국 약가에 반영되어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지불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약품비는 2015년 14조986억원에서 2023년 26조1966억원으로 8년간 86% 급증했으며, 이는 OECD 평균(15.1%)을 크게 웃도는 19.9%의 높은 수준이다.
법원도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면 의약품 선택이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있고, 그 비용은 의약품 가격에 전가되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판시한 바 있다.
◆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과 대응 촉구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국민 생명을 지키는 신약이 돈으로 사고팔리는 현실로, 의료 정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기획국장은 "이건 대웅제약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제약회사들도 비슷한 방식의 리베이트를 상습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복지부나 수사당국이 사실상 방조해왔다"며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의 리베이트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전국 병의원에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2014년에는 임원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의사 수백명에게 2억원가량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5년에도 영업사원이 병원에 636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으로 과징금 225만원을 부과받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이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웅제약 사건에 대한 특별수사팀 구성 및 재조사 ▲학술대회 지원·강연료·자문료 등 경제적 이익 제공에 대한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실시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약가 인하 등 강력한 행정처분 시행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리베이트 카르텔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약산업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대웅제약은 JTBC 측에 “학회 지원은 합법적 신약 판촉 활동의 일환이며, 신약 판매를 위한 대가성 지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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