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GA까지 감독분담금 거둬…예산 늘리는 금감원 역할 논란
분담금 과다 징수문제에 정당한 감독권 행사 넘어 금융권 인사개입도 입방아 올라
송현섭
21cshs@naver.com | 2022-12-01 15:09:18
[하비엔=송현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새롭게 금융감독 분담금을 받는다는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모집인 500명 이상 총 178개 GA에게 감독분담을 받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심각한 영업난에 상당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5월 ‘감독분담금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하면서 업계의 성장에 따라 검사 빈도도 늘어난다는 논리로 GA를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다.
내년부터 새롭게 감독분담금을 내야 하는 GA는 대형 66개, 중소형 112개 등 모두 178개에 이른다. 이들은 영업수익의 0.035∼0.036%를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유예기간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률을 높여 내년 50%부터 시작해 2024년 75%, 2025년에는 100%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보험모집인 100명 이하 소규모 GA의 경우 금감원에서 받는 검사 한 건당 100만원씩 분담금을 내면 된다. 통상 감독분담금은 금감원 감독·검사를 받는 대가로 피검 금융사에서 내는 일종의 수수료로 알려져 있으나 금융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준조세 수준의 비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GA업계는 분담금 비용부담을 줄여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GA업계의 제안은 개선안에 따른 정률제가 아닌 대형 GA는 1000만원, 중형과 소형은 각각 500만원과 100만원씩 내는 식으로 회사 규모별 정액제를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독분담금 납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문제는 비용규모”라며 “최근 몇 년간 판매수수료 상한제, 모집인에 대한 고용·산재보험 적용 등 규제가 강화돼 GA의 운영비용이 급증한 만큼 바용을 줄여주든, 규제를 완화해주든 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수수료 가운데 유지비 항목에서 감독분담금과 고용·산재보험료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 GA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 한해 전체 예산의 75%에 이르는 지나친 분담금 의존도 문제와 함께 감독·검사권의 남용에 대한 우려도 지적하고 있다. 사법수사권까지 보유해 공공기관 역할을 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분수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리는 점도 비난받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금감원 총예산 가운데 금융사들에게 거둔 감독분담금 비중이 평균 75.35%였다. 심지어 당초 예산 중 14%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금융사에 돌려주는 등 불합리한 예산관리 행태가 논란이 됐다.
이는 정부 부처가 아닌 민간조직으로 금감원의 태생적 모순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금감원의 예산은 감독분담금과 한국은행의 출연금, 유가증권 발행분담금 등으로 구성된다. 감독분담금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금감원 출범당시 41%대에서 그동안 무려 34%P나 늘어 75%선에 달한다. 금감원의 예산 의존도가 지나쳐 감독·검사 수수료라는 도입 당시 취지가 훼손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독분담금은 2017년 2921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2018년 2811억원, 2019년 2772억원, 2020년 2788억원, 2021년 2654억원 등으로 줄다가 올해 2872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금감원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79.7%에서 2018년 77.54%, 2019년 77.95%, 2020년 76.80%, 2021년 72.51%, 올해 72.29%로 조금씩 줄었으나 아직도 70%대에 이른다.
따라서 감독권을 빌미로 지나치게 많은 분담금을 거둬 금융사들의 부담만 늘린다는 해묵은 비판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감독·검사를 받고 사안별 제재·사법적 수사도 받을 수 있는 피감사 입장에서 분담금 요구는 거부할 수 없는 청구서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최근 금감원장이 금융사 CEO 인사를 겨냥해 ‘타이트한 감독권’ 행사를 운운한 것도 금감원의 본질적 역할에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금감원에서 받는 감독과 검사는 정기 외부감사를 받는 것과는 성격과 수준이 전혀 다르다”며 “감독권 행사를 핑계로 금감원에서 피감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막강한 지위와 권한, 역할과 기능 등을 고려하면 금감원은 민간조직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금융위가 정부 조직에 편입됐듯 금감원 역시 공공기관으로 재편돼 금융사들이 갹출하는 금융감독 분담금으로 살아가는 비합리적 상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