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T 소액결제 대란', 한국이 떨고 있다
결제 한도 축소 등 10일 늦은 조치, 사후땜질?
전산망 해킹 가능성 제기, 정부·국회 대책 시급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09-08 15:35:11
[HBN뉴스 = 이동훈 기자] KT 가입자들을 노린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통신망 보안과 결제 시스템의 신뢰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경기도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에서는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일 기준 광명시 내 피해 인원은 26명, 금천구에서는 5일 기준 14건의 관련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사건은 지난달 27일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말 교통카드 충전 등 명목으로 휴대전화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금액은 광명경찰서 3800만원, 금천경찰서 780만원 등 총 4580만원이다. 이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이첩될 예정이다.
KT는 휴대전화 결제 대행사와 협의해 상품권 판매업종 결제 한도를 기존 100만원에서 10만으로 일시 축소한 상황이다. 동시에 추가 결제 피해가 없도록 비정상 패턴 탐지를 강화했다. 피해 기간에 해당 지역에서 비정상 소액결제 거래를 감지한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상담을 제공한다.
이 같은 KT의 피해 대응책은 분명 칭찬받을 만하지만, 동시에 혼쭐도 나야 할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KT 통신사 이용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결제대행사(PG) 문제를 넘어, KT의 통신망이나 전산 시스템 자체에 해커가 침투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경찰은 피해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점을 들어 중계기 해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요금제 이용자까지 피해를 입은 점을 근거로 KT의 전산망 자체의 보안성을 지적한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KT는 고객의 개인정보와 재산을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 필수 통신 인프라를 책임지는 통신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보안 관리 부실은 단순한 기업 리스크를 넘어 공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피해 신고는 8월 말부터 이어졌지만, KT가 소액결제 한도를 축소하고 공지사항을 낸 건 9월 6일이었다. 피해 발생 후 열흘 이상이 지난 시점으로, ‘사후 땜질식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T는 이미 비정상적인 결제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해당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KT는 “수사 기관에 적극 협조해 신속히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피해 사실이 드러난 일부 고객에 한정된 사후 대응일 뿐이다. 통신사가 공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단순히 피해 신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통해 잠재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신속히 구제하는 적극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 신뢰와 안전은 사후 대처가 아니라 체계적인 예방에서 비롯된다. 기술만으로 모든 위험을 차단할 수 없다면, 법과 제도의 보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광명시와 금천구 등에서 발생한 연쇄 피해 사례는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범죄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일회성 대응으로 넘기지 말고,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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