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紙說] 6월의 끝자락에서 되새기는 보은과 평화의 가르침
-기억하는 마음은 역사를 살리고, 자비로운 마음은 미래를 밝힌다
-경쟁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 자비와 화합으로 나아가는 불자의 길
-호국보훈의 달을 마무리하며 감사와 책임의 마음을 삶으로 실천해야
이정우 기자
spooler_lee@naver.com | 2026-06-28 20:05:20
불자 여러분, 호국보훈의 달 6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말을 맞이하였습니다.
유월의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지만, 우리의 마음은 한 달 내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경건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현충일의 묵념 속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떠올렸고,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잃은 그 많은 이들의 주검들이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죽지 않고, 깨어 있지 못한 사람은 이미 죽은 것과 같다." 이 말씀은 단지 수행에만 해당하는 가르침이 아닙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도 깊은 의미를 전해 줍니다.
희생을 잊지 않는 사람은 역사를 살아 있게 하지만, 희생의 의미를 망각하는 사회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가족을 뒤로한 채 전선으로 향했던 젊은이들,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산화한 무명의 영웅들, 그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소중한 가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루어지고, 인연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오늘 또한 수많은 인연의 결실입니다.
부모의 사랑과 스승의 가르침, 이웃의 도움과 공동체의 배려 속에서 살아가듯, 나라의 평화 또한 선열들의 희생이라는 큰 인연 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은(報恩)은 단순히 감사의 마음을 품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받은 은혜를 삶으로 갚고, 그 뜻을 이어가는 실천을 의미합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의 여유와 공동체 정신은 점차 메말라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비난하고, 대화하기보다 대립하며, 함께 살아가기보다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경쟁보다 공존을, 대립보다 화합을, 증오보다 자비를 가르치셨습니다. '유마경'에서는 이렇게 설하고 있습니다. "청정한 마음이 곧 청정한 세상을 이룬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권력도 재물도 아닙니다. 한 사람의 바른 마음입니다.
가정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직장에서 정직을 지키며, 이웃을 배려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는 마음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입니다.
불자 여러분, 6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나는 과연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있는가? ▷나는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이 질문에 부끄럽지 않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참다운 수행자의 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제 곧 7월이 다가옵니다. 계절은 바뀌어도 감사의 마음은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호국보훈의 달이 끝난다고 해서 선열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되며, 현충일의 묵념이 지나갔다고 해서 보은의 마음까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부디 모든 불자 여러분께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을 가슴에 새기고,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삶 속에서 실천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정의 등불이 되고, 사회의 등불이 되며, 이 나라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이 땅에 평화와 화합, 그리고 자비의 연꽃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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