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에 버림 받은 구해원, 자신의 인생에서 조연이 돼버린 비운의 여인
-'슬의생' 장겨울과 상반된 매력으로 연기변신
[하비엔=노이슬 기자] 짧은 시간안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배우로서 어려운 숙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장겨울 선생은 조금은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자신의 일에는 성실한 여자였다. '너를 닮은 사람' 속 구해원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배신 당한 후 상처 받고, 자신의 삶에서 조연이 된 인물이다. 신현빈은 짤은 시간 안에 너무도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 또 한번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 연출 임현욱)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다. 극 중 구해원으로 분한 신현빈은 전작 '슬의생' 장겨울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종영 후 강남의 모 카페에서 하비엔과 인터뷰를 진행, 신현빈은 서로 상반된 캐릭터였기에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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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役 신현빈/최성현 스튜디오 |
"'너를 닮은 사람'은 1월부터 촬영했다. '슬의생' 찍고 '너를 닮은 사람'을 마무리했다. 사전제작이라 여름에 촬영이 모두 끝났다. 저도 두 작품을 같이 해야되서 고민이 많아서 선배님들에 조언을 얻었다. 선배님들이 아예 다르면 차라리 집중하는게 나을 수 있다고 하더라. 발란스가 있을 것이라고. 한 작품만 하면 너무 매몰될 수 있지만, 두 작품을 하면 조금씩 다른 면을 보게 된다고 하더라. 한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그런 영향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한 작품이다."
그는 "첫 방 나갈 때 걱정도 많이 했다. 주변 이야기도 들었다. 다행이 다르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드라마 방영 내내 '장겨울 선생님 왜그래요' '그만해요 무서워요'라는 반응들을 주셨다(미소). 감독님이 어디서 보셨다면서 전해준 반응 중에 "'해원이는 너무 사람이 메말라보여서 정수리부터 물을 주고싶다'고 했다. 우리가 의도했던 그 느낌이다"라고 하셨다. 말라 죽는 화분같은 느낌을 원했으니까."
구해원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 정희주(고현정)와 위장 결혼한 상대 대학 선배 서우재(김재영)에게 배신당하고 끊임없이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희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결국 사과를 받고 싶었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찬다. 그러나 희주는 강렬하게 내지르는 스타일이 아니고, 울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감정이 메마른 인물이기에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따랐다. "화가 났다고 마냥 화를 내거나 우는 것도 아니다. 이미 메말라버린 사람이다. 소리 지르는 정도, 감정이 올라왔을 때도 너무 많이 울어도 되는지도 고민했다. 더 많이 울었는데도 편집한 장면들도 있다. 울면 캐릭터를 동정하기도 할 수 있지만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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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役 신현빈/최성현 스튜디오 |
신현빈은 구해원 같은 경우라면 본인도 잊고 잘 살 수 없을 것이라 공감했다. "얼마나 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사과를 받고 싶어하는걸까. 그러지 않고 해원이가 희주를 맴도는 건 해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6회에 처음 얘기도 한다. 인정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니까. 그러면서 알고 있다고 보여주고 협박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상황이 오면 사람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해원의 심경변화는 의상으로도 보여졌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임 감독은 구해원은 '초록괴물'이라고 표현한 바. 구해원은 초록코트를 입고 첫 등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름에 겨울 옷을 입고 촬영했다. 안에 옷을 스타일리스가 잘라줬다. 메이킹 중에 민소매 입고 대본을 맞추는 모습도 있다. 초반에는 겹겹이 껴입었다. 토시도 끼고 답답해보이는 느낌을 줬다. 덥수룩한 느낌. 정돈돼 있지 않고 방치된 느낌을 많이 만들려고 했다. 입술도 혈색이 하나도 없는 색을 10회까지는 빨랐다. 리퀴드 아이새도용을 발라서 메말라보이고 갑갑해보이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했다. 코트를 태우고 나서는 의상 톤도 무채색이면서 냉정해진다. 좀더 차가워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갤러리 다니면서는 깔끔하게 변화를 줬다. 레이어링을 하는 것을 많이 넣기는 했다. 사람 자체가 복잡하게 보이고 싶었다."
이미 끊어진 연을 다시 이으며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도 파멸로 몰고 가는 구해원. 어디 하나 속시원하게 하소연하지 못하고 혼자만 끙끙대는 구해원의 모습은 답답했다. "자기 인생에서 조연이 돼버린 여자다. 연기하는 순간에는 답답하다.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그건 연기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보여져야만 하니까. 자기 삶을 살았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해원이 곁에는 없다. 그래서 해원이가 그렇게 된 것 같다. 그 옆에 누구하나라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냥 잊어'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혼자 우는 장면 정도만 울었으면 했다. 어디가서 맘껏 혼자 울지도 못하는 캐릭터. 후반부에는 제가 눈물이 자꾸 나서 NG 아닌 NG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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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役 신현빈 스틸/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JTBC 스튜디오 |
구해원의 등장으로 인해 나름 평온했던 희주의 삶도 위태로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기억을 잃은 우재까지 나타나면서 극의 긴장감은 극도로 치닫는다. 해원은 기억을 잃은 우재를 묶어두기 위해 결혼까지 감행한다.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는 어둡고 답답했지만 촬영장은 전혀 달랐다. "촬영장 자체는 되게 발랄했다. 장난도 많이 치고. 메이킹에 너무 그런 것들이 나오면 우리의 연기가 너무 가짜같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게 더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마음을 더 편하게 해주고 연기할 때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
고현정 선배님은 되게 많이 믿어주시고 편하게 해주시고 덕분에 재밌게 잘 찍은거 같다. 선배님이라서 불편해서 어렵다는 걱정보다는 든든하고 재밌는 면들이 많았다.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감정이 더 올라오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받았다. 그게 잘 오고 가면 재밌었다."
의외라는 취재진의 반응에 "극 분위기처럼 되면 '너무 다 괴로워서 다 같이 병원을 가야하는게 아니냐'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다. 그게 훨씬 도움이 됐다. 서로 재밌게 하고 배려도 많은 현장이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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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役 신현빈 스틸/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JTBC 스튜디오 |
특히 김재영이 분한 서우재는 기억을 찾은 후 빌런 아닌 빌런의 존재가 된다. 희주를 향한 미친 집착와 애증으로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가 죽어서 극이 일단락됐다는 안도의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다. 신현빈은 "재영 배우도 저보다 두살 어린데 극중에서는 5살 위 선배로 나온다. 서우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겪지 않으면 뭐라할 수 없는 유머감이 있다. 그냥 장난 많이 치고 실없는 농담 잘한다. 나름의 유머가 있다. 우재와 전혀 상반된다. 그런 면이 조금도 없다"고 단언했다.
'너를 닮은 사람'의 시청률은 저조한 편에 속한다. 시국과 맞물리며 어두운 장르를 기피하는 경향 탓도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티빙 등 OTT에서는 인기 차트에 항상 이름이 올라있었다. "시청률이 아쉬운 면이 있을 수 있는데 다들 넷플릭스와 티빙으로 봤다더라. 거기서는 순위는 좋았다. 뭔가 편하게 보기에난 복잡한 이야기일 수 있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궁금해서 찾아봐주시는 분들은 생각할거리나 궁금증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사람이 꼭 착하다 나쁘다 잘했다 나쁘다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누구하나 편들수도 미워할 수도 없다. 그런 것들이 좋아해주신 분들에겐 매력이지 않았을까 싶다. 편하게 보고싶은 분들한테는 너무 깊은 감정이지 않았나 싶다."
'너를 닮은 사람'은 신현빈조차도 몰랐던 얼굴을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다. "주변에서 저런 순간은 니가 있어라고 해줄 때도 있다. 또 저 장면이 불편한데? 이상한데? 그러면서 여러 번 보기도 한다. 평소에 내가 어떤 얼굴을 하는지 다 알 수 없으니까 이상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는 친구들한테 확인을 요청한다. 마지막 회는 한효주랑 봤다. 본방은 최희서가 제일 열심히 봐줬다. 은진이는 바쁜 와중에도 본방을 못보면 다시보기를 챙기면서 끝 없는 질문과 에너지를 줬다. '너는 나의 비타민이다'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정말 예쁜말만 해준다. 미도언니가 바빠서 못보다가 8부까지 달렸다고 하더라. 다들 모니터링을 잘 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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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役 신현빈/최성현 스튜디오 |
신현빈은 2010년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한 후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 영화 '공조', '7년의 밤' '변산', '클로젯'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드라마 '무사 백동수', '추리의 여왕', '자백', '슬기로운 의사생활', '너를 닮은 사람'까지 쉬지 않고 열일했다. 데뷔 10년차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근데 일하는데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일 끝나면 여행가고 그랬는데 바빠진 것과 코로나19가 겹치니 여행을 못가는 상황이 되더라. 차이를 잘 못느끼겠다. 바쁜 날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차기작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최근 촬영을 마친 '괴이'다. "초자연스릴러다. 드라마적인 요소는 요소대로 있고 감정을 떠나 일어난 적이 없었던 일이 일어나며 괴이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다. 장르물을 딱히 해본 적도 없고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관계나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다. '한 여름의 판타지아' 한건재 감독님이 연출하셨다. 구교환 선배도 함께 했다. '꿈의 제인'때 좋아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을 했다. 그 이후에 교환 선배가 공개되는 작품마다 잘되서 너무 기쁘더라. 서로 반응 좋고 이러면 기뻐해주면서 촬영을 마쳤다.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경우는 제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 자체가 재밌었다. 제가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생각한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흥미를 느껴서 선택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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