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담 조직 확대...선두 탈환은 미지수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신한은행이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앞세워 퇴직연금 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삼성생명도 2분기 적립금을 4조원 가까이 늘렸지만 증가분이 확정급여형(DB)에 집중되면서 양사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직접 운용 상품의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두 회사의 사업 구조 차이가 선두 경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8조8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은 57조396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의 격차는 1분기 약 1조3000억원에서 2분기 약 1조5000억원으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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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본점(왼쪽)과 삼성생명 본사 [사진=신한은행, 삼성생명] |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적립금 54조7391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생명 53조4763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20년 동안 이어졌던 삼성생명의 선두 체제가 처음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에는 분기별 자금 이동에 따른 일시적인 순위 변화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2분기 적립금을 크게 늘리고도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선두 교체가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DB형보다 DC형과 IRP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운용분을 포함한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501조4000억원으로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DC형·기업형IRP와 개인형IRP의 합산 비중은 54.3%로 전체 적립금의 절반을 웃돌았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4.6%로 최근 3년간 두 배로 확대됐고,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금액도 48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은 2분기 DB형 적립금이 소폭 감소했지만 DC형과 IRP에서 4조원 넘게 늘었다. 반면 삼성생명의 증가분은 대부분 DB형에서 나왔다. 전체 적립금에서 DB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76%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적립금은 DB형 18조519억원, DC형 15조8239억원, IRP 20조8633억원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 삼성생명은 DB형이 40조6043억원에 달한 반면 DC형은 8조7961억원, IRP는 4조759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삼성생명도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초 DC·IRP 전담 영업 조직을 신설하고 가입자 대상 상담과 투자상품을 확대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도 700개 이상으로 늘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다만 삼성생명의 이러한 대응이 아직 선두 경쟁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강점인 DB형을 유지하면서 DC형과 IRP 적립금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 삼성생명의 선두 탈환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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