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지분 확대 속 '단순 투자 vs 경영 참여' 해석 엇갈려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와 산업은행의 ‘엑시트’ 가능성이 맞물리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26일 예정된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우기홍 부회장과 한진칼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각각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20일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5.44%를 보유하고 있다.
![]()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들이 재직 기간 중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반대 이유이다. 아울러 두 회사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 역시 경영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부회장 등 한진그룹 경영진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배경에는 ‘보수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핵심은 그룹 전반의 실적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경영진 보수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해 매출 약 2983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75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4개 계열사에서 보수를 수령, 총 145억 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각 계열사는 통합 항공사 출범 및 그룹 사업 확장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가 보수에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전 임직원에게 경영 성과급과 아시아나 편입 격려금 등이 동반 지급된 점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일회성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인 2017년부터 한진그룹의 이사 보수 체계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으며, 코로나19로 실적이 급감했던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관련 안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호반그룹으로 이동하고 있다. 호반은 현재 한진칼 지분 약 18.78%대를 확보하며 조원태 회장 측 순수 지분(20.56%)과의 격차를 1.78%포인트까지 좁힌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이력과 지속적인 지분 매집 행보를 고려할 때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특히 한진칼의 실적 둔화 국면에서 총수 보수 논란까지 겹치면서, 주요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 측은 지주사인 한진칼 기준으로 직접 지분 20.56%에 델타항공(14.90%),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합쳐 약 46%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10.58%를 보유한 산업은행의 향후 행보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함한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진칼에 약 8000억 원을 투입하며 지분을 확보했지만, 이는 정책 목적에 기반한 ‘한시적 참여’ 성격이 강하다.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공적 자금 회수 및 재벌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해당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호반그룹이 산업은행의 매각 지분을 인수할 경우 지분율이 순식간에 약 29%로 뛰어올라 조 회장 측을 역전할 수 있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팽팽한 지분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국민연금(5.44%)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경영권 방어와 분쟁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 자체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라는 점이다. 호반그룹 입장에서는 지배력 확대 의도가 부각될 경우 ‘적대적 M&A’ 논란에 직면할 수 있고,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며 지배구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영권 안정세는 든든한 우군(백기사)인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각하고 빠져나가는 순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며 “한진칼로서는 델타항공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향후 산은의 지분을 넘겨받을 새로운 우호 세력을 찾아 나서는 등 경영권 방어 플랜을 미리 짜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