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홍세기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여동생과 벌인 ‘회계장부 소송’에서 패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씨가 서울피엠씨(옛 종로학원)를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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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
서울피엠씨의 지분 17.38%를 가진 정은미씨는 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정태영 부회장 등 경영진의 부적절한 자금 집행이나 법령·정관 위반 여부를 파악하고 책임을 추궁하겠다며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요구했지만, 정 부회장 등이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2심에서 여동생 정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서울피엠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 재판부는 소수 주주의 열람·등사 청구 이유가 그 주장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기재돼야 하는데, 정씨가 적은 청구 이유만 봐서는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 들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열람·등사 청구 이유가 타당·부당한지 입증할 책임은 청구를 한 주주가 아니라 청구를 받은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회사가 열람·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경위와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더 나아가 그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하거나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주가 열람·등사청구서에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해야 한다면, 회사 업무에 관한 적절한 정보가 없는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줌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크게 제한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유 기재 자체로 그 내용이 허위이거나 목적이 부당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적법하게 이유를 붙였다고 볼 수 없다”며 “이런 열람·등사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주주인 원고는 열람·등사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등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며 “경영진의 위반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결은 상법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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