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대한상의서 결정, 해당 업체와 용역 계약 없어” 반박
[하비엔뉴스 = 송현섭 기자] IBK기업은행이 정책 금융상품 개발 과정에서 용역을 준 중소기업의 ESG 평가기술을 무단 도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중소기업 ESG 평가기술을 활용한 대출상품을 출시하면서 정작 기술을 개발한 해당 업체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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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정책 금융상품을 개발하면서 용역을 맡은 중소기업의 ESG 평가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난을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
특히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두 기관이 오히려 영세한 기업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IBK기업은행 측은 해당 기술은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공익적 기술’이라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에 기술을 도용당했다는 기업은 지난 2019년 중소기업 신용정보 서비스로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문제의 기술은 이 회사가 글로벌 기업의 SLL(지속가능성연계대출) 평가기술을 도입해 국내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심사·평가모델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SLL은 대출받는 기업이 금융사와 사전 합의한 기간에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적용받게 되는 조건부 대출상품이다. 이는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량 저감 실천 등 기업의 ESG 경영 유도를 위한 것이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대한상의를 통해 IBK기업은행 관계자를 만나 SLL 대출상품 평가용역을 진행했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구두로 “사업화를 통해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아무런 대가 없이 기술개발 용역작업을 진행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이다.
특히 IBK기업은행과 대한상의는 지난해 ESG 평가모델 개발 업체를 배제하고, 독자로 SLL 신상품을 출시했지만 해당 상품 운용에 필수적인 평가 기준 등은 모두 해당 업체의 용역평가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한 것이다”라며 “앞서 진행한 평가용역에 들어간 실제 비용조차 받지 못해 현재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과 대한상의는 그러나 “해당 업체와 용역보수 지급을 명시한 계약이 아예 없었다”며 “특히 기술의 경우 공공적 성격으로 인해 활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용역 계약서 작성은 대한상의와의 문제이고,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대한상의 역시 “SLL 대출상품의 특성상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들로부터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사업화를 하더라도 해당 업체에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앞서 해당 기업의 감사 청구에 대해 “사실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제도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며 사안 처리를 종결한 상태다.
한편 기술 도용으로 피해를 봤다는 해당 업체는 현재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양 기관에 대해 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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