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각사 사건, 항소심도 기각…법원 "‘정당 행위 아니다’”

이필선 기자 / 2025-10-17 23:30:01
-“피해자 용서·회복 노력 없어…원심 형량 적정”
-보각사 신도회 갈등, 종교 공동체 신뢰에도 상처 남겨

[HBN뉴스 = 이필선 기자]  부산 보각사 불미스러운 내홍과 맞물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협박 사건’이 16일 항소심에서도 기각되면서 원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법원은 피고인 천모(48)씨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존중하며, 협박 행위가 사회상규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부산고등법원

 이날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계훈영)는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 3월부터 이어져 온 사건은 사실상 결론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지난 3월, 부산 보각사 신도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에 대해 천씨와의 불미스러운 갈등이 불거졌다. 이는 곳 신도회 운영과 재정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던 과정에서 공연기획업에 종사하는 천씨가 특정 인물에게 수차례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형사 문제로 비화됐다.

 

당시 A씨에게 보내졌던 문자에는 “사회생활을 못 하게 만들겠다”는 등 위협적인 문구가 다수 포함돼 있었고, 해당 피해자는 “1년 반 동안 지속된 문자 협박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또한 신도회에 튄 불똥이 단순한 종교 단체 내부 분쟁을 넘어 사법 당국의 개입으로까지 이어진 배경에는 이 같은 지속적 위협이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천씨 측은 항소심에서도 A씨를 향해 “피해자의 사기 행각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경고성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협박이 아닌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법 제20조가 규정하는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에서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긴급·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협박적 표현을 동반한 행위는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해도 사회 윤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A씨)의 용서를 받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정황도 없다”며, “원심이 인정한 양형이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보각사 신도회 회원이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제공/보각사 신도회]

 

 보각사는 부산 지역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사찰로, 그동안 지역 불자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신도회 내부의 갈등과 불협화음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종교계 전체의 도덕성과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불교계 관계자는 “수행과 화합을 중시하는 종교 공동체에서 협박 사건이 발생한 것은 뼈아픈 일”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신도회가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종교 단체나 지역 사회의 내부 갈등이라 하더라도 법과 사회의 규범을 벗어난 행위는 용납될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특히 법원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가 협박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법조계는 물론 종교계 원로들 또한 이는 단순한 한 개인의 형사 사건을 넘어 공동체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경종으로 종교적 울타리 안에서 조차 인간적 분노와 갈등이 폭발할 수 있지만, 그 해결 방식이 법과 윤리의 선을 넘는 순간 공동체 전체가 상처를 입는다.

 

천씨의 유죄 확정은 ‘내부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결한다’는 오래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신도회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비롯된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 옮겨졌고, 사법부는 법의 잣대로 단호한 선을 그었다.

 

오늘의 판결은 종교계뿐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되새겨야 할 교훈을 던진다. 갈등이 불가피하다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하며, 협박이나 폭력으로 이어지는 순간 사회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품위와 화합을 지켜야 할 신도회가 다시는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법정에 서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