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제홍 엘앤에프 대표의 승부수...중국 장벽 넘을까
엘앤에프, 3382억 투입 대구 공장 완공...3분기 말 양산 예정
북미 ESS·비중국 공급망 겨냥했지만 수익성 확보는 미지수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5-19 10:55:13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허제홍 엘앤에프 대표의 LFP(리튬인산철) 사업 확대 전략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LFP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엘앤에프가 신규 생산 기반을 마련한 가운데, 향후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건으로 꼽힌다.
1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LFP 양극재 생산을 전담하는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의 대구 공장을 준공했다. 해당 공장은 대구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내 약 10만㎡ 부지에 조성됐으며, 총투자비는 3382억원이다. 지난해 8월 착공 이후 9개월 만에 완공됐다.
엘앤에프는 올해 3분기 말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2027년 상반기까지 연간 6만톤 수준으로 생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장 준공은 허 대표 체제의 사업 재편 방향과 맞물려 있다. 허 대표는 지난해 말 약 5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이후 엘앤에프의 기존 강점인 양극재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과 추진하던 전기차용 음극재 합작사 설립 검토를 중단한 것도 사업 역량을 분산하기보다 양극재 중심으로 재정비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엘앤에프는 기존 하이니켈 NCM 양극재와 LFP 양극재를 함께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 신공장에서는 일반 LFP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인 3세대 고밀도 LFP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는 ESS 시장과 미국 내 비중국 공급망 수요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 3월 삼성SDI와 1조6000억원 규모의 ESS용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중국 외 기업 기준 첫 대규모 LFP 공급 계약으로 평가한다. 북미 지역에서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 수요 증가가 이어지면서 ESS용 배터리와 소재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관련 시장의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LFP 배터리와 소재 시장은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이미 주도권을 확보한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3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점유율 40.7%, BYD는 13.7%로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두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54.4%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 9.7%와 격차가 컸다. 중국 업체들이 양산 경험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만큼, 엘앤에프도 가격·품질·납기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북미 우회 진출도 변수다. CATL은 포드가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LFP 배터리 공장에 기술 라이선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으로 중국 업체의 직접 진출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기술 협력을 통한 우회로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엘앤에프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긴다. 미국 전력회사와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공급망 배제를 추진할 경우 비중국 LFP 양극재 수요는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라이선스와 기술 협력 방식으로 북미 시장에 진입할 경우, 정책 수혜만으로 가격 경쟁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놓였다.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전년 대비 크게 둔화되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출시와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북미 공급 계약과 합작 공장 계획을 재검토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흐름은 엘앤에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 늦춰지면 배터리 셀 업체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는 양극재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부 회복되더라도 성장의 상당 부분이 중국 업체에 집중될 경우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엘앤에프가 ESS용 LFP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속에서 ESS는 대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부진을 단기간에 상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앤에프가 인산철 전구체 자체 생산과 차세대 무전구체 공법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양산 안정성, 수율, 고객사 검증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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