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하청 교섭 기준 갈림길...대법 "시행 전 사안은 의무 없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소송서 원청 손 들어줘
개정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 범위 재정립 필요

정재진 기자

hbkesac@gmail.com | 2026-05-22 09:40:56

[HBN뉴스 = 정재진 기자]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안에 대해서는 원청이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되면서 원청 사용자성 기준이 넓어진 가운데, 법 시행 전후 사건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산업 현장의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원청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하청노조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였다. 하청노조는 2016년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하청노조는 2017년 소송을 냈다.

1·2심은 HD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또 구법이 적용되는 2016년 단체교섭 사안에 대해 개정 노동조합법과 유사한 법리를 새로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노란봉투법에 별도 경과 규정이 없는 만큼, 향후 개정법 적용 사건에서 사용자 개념을 해석하면 된다는 취지다.

다만 반대의견도 나왔다. 일부 대법관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고 봤다. 간접고용이 확대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법 시행 전 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나 올해 3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향후 사건의 판단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이 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향후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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