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전자 '분배' vs 현대모비스 '불안'...파업의 두 얼굴
삼성전자는 성과 배분, 현대모비스는 고용 불안
글로벌 경쟁 속 한국 기업이 마주한 노사관계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5-15 10:45:20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지난 5월 13일은 산업계 노사 갈등의 서로 다른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 날이었다. 한쪽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협상장을 떠나며 총파업 가능성을 키웠고, 다른 한쪽에서는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동자들이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 모여 램프사업부 매각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두 장면은 모두 ‘파업’이라는 단어로 묶인다. 그 속내는 같지 않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유지하되 특별 포상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양측은 11일부터 12일까지 중노위 중재로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13일 새벽 노조가 협상장을 떠나면서 사후조정은 결렬됐다.
같은 날 오후에는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현대IHL 노조 조합원들이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램프사업부 매각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를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 OP모빌리티에 매각하기로 하자, 자회사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직접 책임지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램프사업 매각을 미래사업 준비와 사업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설명한다. 회사 측은 고용승계와 기존 임금, 근무지, 역할 유지를 기본 전제로 OP모빌리티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고용승계 여부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를 잃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현대모비스라는 울타리 안에 계속 남는 것에 가깝다.
여기서 두 파업의 결이 갈린다.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의 반발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회사 간판이 바뀌고, 대기업 계열사의 안정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는 상대적으로 ‘성과에 대한 더 큰 몫’을 요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나는 울타리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울타리 안에서의 배분을 둘러싼 요구다.
물론 둘 중 어느 하나를 단순히 옳고 그르다고 재단하기는 어렵다. 매각을 앞둔 노동자의 불안은 현실이고, 성과를 낸 노동자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권리다. 문제는 그 요구가 기업의 전략적 판단 자체를 멈춰 세우거나,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까지 흔드는 방식으로 확산될 때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거센 구조조정 압박과 기술 전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반도체 산업은 미국·대만·중국·일본이 국가 역량을 걸고 경쟁하는 전장이 됐다. 기업은 더 빠르게 사업을 정리하고, 투자 방향을 바꾸고, 인력을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유연한 구조조정이 가능한 해외와 달리 한국은 대기업일수록 고용 안정성이 매우 확고해 선제적인 인력 재배치가 쉽지 않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사업 매각 하나도 원청 교섭, 고용승계, 노조 반발, 정치·사회적 논란을 동시에 불러온다. 한편에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재편이 노동자의 삶을 흔든다고 맞선다. 일부 진보매체가 이를 생존권 문제로만 보는 것도, 재계가 이를 강성노조 문제로만 보는 것도 현실의 절반만 보는 일이다.
13일의 두 장면이 씁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대모비스 노동자는 회사 밖으로 밀려나는 미래를 두려워했고, 삼성전자 노동자는 회사 안에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했다. 전자는 불안의 파업이고, 후자는 분배의 파업이다. 한국 산업계는 이 두 요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노동자의 불안을 외면한 구조조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경영상 판단을 쟁의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계도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봉쇄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일자리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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