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의혹' 젠틀몬스터 사태, K-패션 고질적 노동관행 '전수조사' 뇌관 조짐

"터질 게 터졌다"...'가짜 재량근로' 업계 일부 오남용
고용부 기획감독 착수,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2-05 11:12:56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최근 불거진 주 70시간 노동 및 무급 근로 의혹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재량근로제 폐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일 기업의 사과로 일단락되기보다, 그간 ‘K-패션’의 화려한 성장 뒤에 가려져 있던 고질적인 노동 관행에 대한 전방위적인 전수조사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 3일 김한국 대표 명의로 된 사과문을 통해 “근로 환경 전반의 부족함을 인식했으며 제도와 보상 체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젠틀몬스터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의 쟁점은 전문·창의 직군 322명을 대상으로 운용된 ‘재량근로제’의 실태에 있다. 젠틀몬스터는 전체 인력(1344명) 중 디자인 업무 등 자율성이 강조되는 직군에 한해 업무 방식과 시간 배분을 근로자에게 맡기는 재량근로제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사측이 재량근로제를 이유로 주 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제대로 된 휴가나 보상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요컨대, 자율성을 전제로 도입된 제도가 실질적으로는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의 근거로 오용되었냐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사측은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며 재량근로제를 즉각 폐지하고, 근로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노동 시간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그간 지적된 퇴근 기록 관리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 모바일 앱 기반의 정밀 근태 시스템을 구축, 초과 노동에 대한 오차 없는 보상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이번 조치가 고용부 감독에 앞선 경영진의 선제적 결단임을 강조하며,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인사 체계의 허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태는 비단 특정 기업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부 패션 기업들 사이에서 재량근로제가 사실상 무제한 야근을 합법화하는 면죄부처럼 변질된 지 오래”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과거의 노동 집약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이 더러 있다”며 산업 전체의 노동 환경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이미 지난달부터 기획 감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패션·디자인 산업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으로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 논의와 맞물려 포괄임금제 오남용 등 공짜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젠틀몬스터가 사과 직후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발표한 것을 두고, 타 업체들도 비슷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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