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영업기밀"...KDDX 도면 공유 놓고 '가처분' 전운

오랜 수의계약 관례, 하루아침에 '경쟁입찰'로
수주전 '가시밭길' 예고, 국책 사업 표류 우려도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3-30 11:39:41

[HBN뉴스 = 이동훈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자료 공유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굳건했던 수의계약 관례가 정치적 기류 변화로 하루아침에 지명경쟁입찰로 바뀌고 보안 감점의 족쇄까지 찬 상태에서, 자사의 최신 공법이 담긴 핵심 도면이 한화오션 측에 제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강수로 풀이된다.


3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을 상대로 'KDDX 기본설계 자료의 공개 및 공유 제한'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에 법적 대응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배경은 ▲사업자 선정 방식의 전격적인 변경 ▲보안 감점 적용에 따른 입찰 불리 ▲핵심 영업기밀 보호 문제 등으로 해석된다. 

 

 HD현대 사옥 [사진=HD현대]
당초 KDDX 사업은 관례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공정성과 관련 규정 등을 이유로 한화오션이 참여하는 지명경쟁입찰로 전격 전환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권력 핵심부의 기류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군사 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 수의 계약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라며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기점으로 수의계약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경쟁입찰 전환으로 수주 환경이 이전보다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HD현대중공업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방사청이 기본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한화오션에도 제안요청서(RFP)와 함께 기본설계 자료를 제공하려 하자, 해당 자료에 자사의 최신 공법 등 영업기밀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과거 직원의 군사기밀 취득 사건으로 인한 보안 감점(1.2점) 적용 기간이 2026년 12월까지 연장된 상황도 더해졌다. 감점 페널티에 더해 도면까지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HD현대중공업이 수주전에서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분석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일부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가처분 인용 가능성에 대해 다소 신중한 시각을 내비친다.

함정 상세설계는 기본설계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데다, 과거 KDDX 개념설계 결과물이 해군 소유로 해석됐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기본설계 결과물에 대한 처분 권한 역시 발주처인 방사청에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소유권의 법리적 한계 탓에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국가 안보 및 K-방산 수출과 직결된 7조 8000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이 기업 간 진흙탕 소송전으로 얼룩지며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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