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 연말 한국 자동차 사업 철수...고환율 결정타 됐나
미국 단일 공급망...원·달러 300원 상승에 수익성 직격
전동화 지연·라인업 공백...가격 전가 어려운 '이중 부담'
김재훈 기자
kjaehun35@gmail.com | 2026-04-24 13:31:56
[HBN뉴스 = 김재훈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판매 부진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전동화 전환 지연이 맞물리며 기존 사업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연말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면서 모터사이클 사업은 유지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환경 변화와 환율 동향을 포함한 사업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판매 종료 이후에도 법적 의무 기간(최소 8년)을 기준으로 차량 유지관리,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 애프터서비스(AS)를 지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약 18개 수준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한편, 딜러사와 협의를 거쳐 서비스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리스크에 취약한 사업 구조가 조정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핵심은 공급망이다. 혼다코리아의 국내 판매 차량은 대부분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구조다. 이 같은 단일 생산·단일 통화 구조에서는 원화 약세가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과거 1100원대에서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차량 도입 단가가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를 달러로 들여와 원화로 판매하는 구조에서는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가격 전가에도 한계가 생긴다”며 “수입차 시장 내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가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환율 상승은 가격 정책과 직결된다. 차량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상승을 일부 반영할 수 있지만, 경쟁 브랜드 대비 가격 매력이 떨어질 경우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압박’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모터사이클 사업은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이륜차는 일본, 베트남, 태국 등 복수의 생산 거점을 통해 공급된다.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이 분산되는 구조다.
이 같은 ‘자연 헤지’ 효과는 실적 안정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혼다코리아 모터사이클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가 환리스크를 완충하는 장치로 작동한 셈이다.
자동차와 이륜차 사업의 대비는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환율 노출 구조에 따라 사업 지속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자동차 사업이 단일 통화 구조에 묶여 있는 동안, 이륜차 사업은 다변화된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번 결정을 두고 단순한 ‘한국 시장 철수’가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수익성과 시장 환경을 고려해 자원을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환율, 공급망, 경쟁 환경이 동시에 변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적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환율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빠르게 전동화 쪽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혼다의 경우 전기차 전환 속도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더딘 점도 국내 사업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등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가 강화되는 한편,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산차 사이에서 포지셔닝 경쟁도 심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혼다는 뚜렷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보하지 못한 채 판매 기반이 약화됐고,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1951대, 올해 1분기에는 211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동화 전환 지연에 따른 제품 경쟁력 약화까지 겹치면서 가격 정책 운용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사업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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