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시대 ②] "이제는 알고리즘"...K-뷰티의 달라진 생존 방정식
'수출' 중심에서 '플랫폼 최적화'로 패러다임 전환
에이피알 성공, 데이터·숏폼 이해도가 승패 갈라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12-16 14:55:39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뛰어난 ‘제품력’과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유통망을 뚫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각국 플랫폼의 생태계와 알고리즘을 장악하는 ‘플랫폼 최적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편집자 주>
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미와 일본의 주요 쇼핑 시즌에서 국내 뷰티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최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일본 메가와리 등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낸 에이피알(APR) 등의 사례는 K-뷰티 기업들에 ‘판매 기술(Sales Technology)’의 중요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 아마존에서는 ‘검색 최적화’, 틱톡에서는 ‘숏폼 문법’ 따라야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을 단순한 ‘판매 매대’가 아닌, 각기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거대한 데이터 게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아마존 ‘블랙 11월’ 기간 중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을 점령한 국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데이터 기반 전략이었다. 뷰티 리서치업체 나비고(Navigo)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해당 기간 세라비(CeraVe) 등 글로벌 거대 브랜드를 제치고 높은 매출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마존의 검색 알고리즘과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와 프로모션을 정교하게 타기팅한 결과”라며 “글로벌 공룡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감이 아닌 철저한 데이터 싸움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틱톡(TikTok) 등 소셜 플랫폼에서는 접근법이 또 다르다. 이곳에서는 ‘검색’보다 ‘콘텐츠’가 구매를 유도한다. 미국 틱톡샵에서 급성장 중인 K-뷰티 브랜드들은 제품의 기능을 나열하는 대신, ‘숏폼’ 문법에 맞는 비포·애프터(Before & After) 영상이나 인플루언서의 리얼 후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현지 플랫폼 관계자는 “틱톡샵은 젊은 층의 새로운 구매 경로”라며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해낼 수 있느냐가 매출의 직결 변수”라고 강조했다.
◆ 국가별·플랫폼별 ‘맞춤형 라인업’ 전략 필요
국가별 소비 성향에 맞춰 주력 제품군을 달리하는 ‘핀포인트 전략’도 유효했다.
일본의 경우 큐텐(Qoo10) 등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가성비 제품 경쟁이 치열하지만, 역으로 고기능성 기기에 대한 수요도 존재한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일본 시장에서 스킨케어 제품보다 객단가가 높은 뷰티 디바이스를 주력으로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이 뷰티 제품에서 ‘확실한 효용’을 중시한다는 점을 파고든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미국 아마존에서는 ‘데이터 효율화’를, 틱톡에서는 ‘콘텐츠 바이럴’을, 일본에서는 ‘기능성 강조’를 하는 등 플랫폼별 맞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 “K-뷰티 3.0 시대, 플랫폼 이해도가 관건”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들이 K-뷰티의 진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한다. 1세대가 단순 수출, 2세대가 브랜드 확장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소비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K-뷰티 3.0’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전문가는 “글로벌 플랫폼은 제각기 다른 알고리즘과 로직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제품 개발만큼이나 각 플랫폼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이에 맞춘 ‘세일즈 테크’ 역량을 키우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봤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