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시대 ⓵] K팝이 멈추면, K뷰티도 멈춘다
BTS가 광고판에서 내려오면, 뷰티의 피드는 누가 채울까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5-12-08 15:15:33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이 첨단 영상 미디어 기반 콘텐츠와 맞물려 글로벌 뷰티 산업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K-뷰티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언제나 K-팝이라는 강력한 콘텐츠 파워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구조가 특정 '콘텐츠 파도'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그 기반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2020년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K-뷰티’는 더 이상 틈새 브랜드가 아니다. 미국 시장 매출만 20억 달러(한화 약 2조9000억 원)에 이르고, 성장률은 전체 뷰티 시장의 세 배를 웃돈다.
이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기술이나 원료만이 아니라, K팝이라는 자산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틱톡에서 장원영, 제니가 등장하는 15초짜리 영상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다. 10대 소비자에게 ‘미의 언어’를 번역해주는 언어 사전이다.
에이피알이 아이브의 장원영을, 아누아가 더보이즈의 현재를, 리엔케이가 더보이즈의 주연을 모델로 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모두 글로벌 팬덤을 가진, 그 자체로 ‘콘텐츠’인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해외 소비자의 58%가 “K-콘텐츠가 한국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는 보고가 있다. 뷰티 제품은 이제 ‘기능’보다 ‘경험’을 판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제품을 통해 ‘K-라이프스타일’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K팝이 사실상 K뷰티의 글로벌 유통망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이 팬덤 경제를 폭발적으로 증폭시켰다. 미국 MZ세대 K뷰티 소비자의 4분의 3이 틱톡에서 제품을 처음 접한다는 조사도 있다. 10년 전 백화점 샘플 코너에서 시작되던 소비 루틴이 완전히 해체된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가 아니라 ‘누가 쓰느냐’를 보고 움직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을 “문화 강국(cultural powerhouse)”이라 부르며, “한국은 이제 오락이 아닌 생활방식으로 세계를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류의 탄성’은 무한하지 않다. BTS의 공백기, 블랙핑크의 휴식기, ‘오징어 게임’ 시즌 간 긴 공백처럼 한류 선두주자들이 잠시 멈추는 순간, 그들의 브랜드 파워에 기대온 K뷰티 역시 흔들릴 수 있다.
아이돌 모델 중심 마케팅은 빠른 확산력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팬심 의존형 구조’라는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K팝이 멈춰도 K뷰티가 멈추지 않으려면, 아이돌의 후광에 기대는 단순 모델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의 서사’를 세워야 한다. 한국이 뷰티 강국으로 남으려면, K팝이 뚫어놓은 글로벌 통로 위에 기술, 지속가능성, 가치 중심의 ‘2차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K뷰티가 한류의 파도 위에 떠있는 상품이 아닌, 그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다의 일부로 도약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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